넷플릭스 우영우 영어 더빙 현장 가 보니
더빙판으로 미국·남미서도 인기몰이 예고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녹음스튜디오 스크린에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속 장면이 재생됐다. 1화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로펌에 첫 출근해 상사(정명석 변호사)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이다.
"kayak, deed, rotator, racecar, Woo Young Woo, civic."
배우 박은빈의 한국어 대사에 딱딱 맞춰 영어판 성우를 맡은 배우 수 앤 피엔(Sue Ann Pien)이 속사포 같은 대사를 이어가자, 관계자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토마토, 스위스 같은 한국어 대사를, 거꾸로 읽어도 철자가 같은 영어 단어(palindrome)로 바꾼 웃음포인트가 미국인들에게도 통한 것이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성엔 차지 않는 모양이었는지,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하는 닉 마티뉴(Nick Martineau)는 "입모양이 잘 안 맞았다"며 재녹음을 요구했고, 다시 한참을 연기한 끝에야 비로소 웃음을 보였다.
우영우 열풍, 더빙판으로 이어간다
이곳은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세계 배급을 맡은 드라마 '우영우'의 영어판 더빙 현장이다. '우영우'는 한국 방송 직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국에 31개 언어로 공개됐는데, 더빙판이 아닌 자막판이었다.
자막판 제작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임에도, 넷플릭스가 굳이 더빙판을 만드는 것은 '우영우'가 세계 여러 시장에서 오랜 기간 통할 만한 콘텐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상과 자막을 함께 보는 데 익숙한 한국 시청자와 달리, 미국이나 스페인어권 시청자들은 자국 성우를 거친 더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넷플릭스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오징어 게임'도 자막판보다는 더빙판 시청 비율이 높았다고 한다.
'우영우'는 자막판만으로 이미 일본, 싱가포르, 볼리비아, 페루 등 11개 국에서 1위(8월 둘째주)에 올랐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통한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더빙판 공개 땐 더 많은 시청자들이 '우영우'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넷플릭스의 기대다.
법정드라마라 번역 난이도 높아
'우영우'는 주인공이 장애를 가진 천재로 묘사된 데다 어려운 용어를 많이 쓰는 법정 드라마라, 다른 작품에 비해 번역·더빙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영어 더빙을 위해 번역가뿐 아니라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전문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쳤다.
자문역들은 더빙 현장에까지 나와서, 단순 번역만으론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성우에게 자세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어 자문역인 민경서씨는 우영우 친구 최수연의 대사 중 등장하는 '오빠'라는 단어를 소개하며 "설레는 마음이 담긴 한국식 표현인데, 영어엔 이런 느낌의 단어가 없다"며 "이런 경우 설렘을 담아 더빙 연기를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피엔은 2006년 데뷔한 베테랑이지만 이번 작품 더빙이 큰 도전이었다고 한다. 피엔은 "우영우 역할은 말이 빠르고, 독백하는 양이 상당하다"며 "대사를 외울 필요가 없음에도, 장면당 서너 차례씩 반복 녹음을 했다"고 말했다.
피엔은 '우영우'를 더빙하면서 이 작품이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장애를 가진 자녀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 서로를 발전하게 하는 우정 등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우영우'는 미국인들에게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다음 달 공개를 목표로 '우영우'의 영어, 일본어, 힌두어, 태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더빙판을 함께 제작 중이다. 드라마 본방송은 끝났지만, 더빙판 공개로 '우영우 열풍'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