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115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집중호우로 인한 재산·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집중호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정비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속·정확한 예보를 통해 주민들이 대처할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 계획 등은 올해 말쯤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 환경부가 기존 정책에 살을 보태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23일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달 초 수도권 등에 쏟아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발생했던 인명·재산 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달 출범을 앞둔 도시침수대응기획단(가칭)이 중요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AI로 218개 하천 홍수 예측... 도림천서 내년부터 시범
우선 정확한 예보를 위해 AI 홍수예보 체계를 구축한다. 지금은 75개 대하천의 강수량계·강우레이더 자료·기상청 예측 자료·하천 수위 정보 등을 바탕으로 사람이 홍수예보를 내리고 있어 갑작스런 폭우가 내릴 경우 예보에서 빠지는 지역도 있다. 그래서 예보 대상지를 작은 하천을 포함해 218곳 이상으로 늘리고, 이곳에서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홍수 발생 가능 지역을 1차로 계산하게 하는 것이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수많은 지역의 홍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범사업 지역은 서울 관악구 도림천으로, 내년 6월 21일 홍수기 전까지 AI 예보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도림천은 작은 유역일 뿐만 아니라 이번 호우에서 물이 도심으로 범람하기도 했고, 하수관거 시설 부족이란 두 가지 문제가 병합된 지역"이라며 "내년까지 (데이터를 생산할) 수위관측소를 확충해 2025년에는 AI 예보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과 침수 때 대피경로와 장소를 알려주는 도시침수지도를 2025년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현재는 181개 읍면동에 대해서만 침수지도가 제공된다.
침수·범람 인프라 구축, 서울부터
침수와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서는 빗물터널 신설이나 하수도 개량 등 시설 개선이 필요한데,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돼야 하는 만큼 환경부는 관련 예산을 늘리고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마련한 집중호우 대책과 관련해 환경부는 △대심도 빗물터널(광화문, 강남역) △지하방수로(도림천) 설치를 선도사업으로 정하고 국고보조금 2,250억 원 지원 및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신속한 설치를 돕기로 했다.
환경부는 "선도사업을 우선 추진한 뒤 단계적으로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면서 "지방 취약지구에 대해서는 연 1,000억 원 수준의 하수도 개량 예산을 내년 49%, 연 3,500억 원 수준의 국가하천 정비 예산을 43% 증액 편성해 우선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령도 정비한다. 내년 상반기 중 '하수도법' 개정을 통해 상습침수구역의 빗물받이 청소 및 하수관로 상시준설을 의무화하고, 올해 안에 '하수도 설계 기준'을 개정해 '맨홀 추락방지 안전설비'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연말에 세부 대책 마련키로... "빨리 마련해야 재해 막아"
다만 이번 대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쪽짜리 대책 중 구체적인 내용은 시범사업이 예정된 AI 홍수예보나 서울 대심도 빗물터널, 지하방수로 설치뿐이고 나머지는 구상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는 언급뿐 빗물터널·지하방수로 설치나 하수도 개량 사업 등이 어디에 필요하고 어떻게 구축해 나갈 거라는 구체적인 계획이 빠졌다.
환경부는 대책 마련이 지체되면 재해 예방도 늦어지는 만큼 신속성에 무게를 뒀다고 해명했다. 특히 인프라 구축은 환경부의 독자적 사업이 아닌 지자체의 사업 신청 등이 필요해 이미 협의가 된 지자체를 중심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기획단을 통해 지방까지 촘촘하게 대책을 수립하게 하고, 연말에 이를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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