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15년 만에 베토벤 첼로 전곡 재녹음
23일 데카 레이블로 음반 발매 9월 전국 공연
"빅토르 위고는 베토벤의 음악을 두고 '형용할 수 없는 영혼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인생의 의미를 향한 탐구에서 길잡이가 되어 줄 일종의 정신적인 여정을 떠나게 한다."
첼리스트 양성원(55)은 저음 악기 첼로를 독주 악기로 격상시켜 '첼로의 신약성서'로 통하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새로 녹음한 새 앨범 소개 글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음반 발매에 맞춰 23일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지나온 삶의 메신저'로서 음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에게 "음악 활동은 인생이 담긴 장편소설"이다. 또 "10~20대에는 연습의 결과물로 음악이 구현되지만 내 나이쯤엔 살아온 삶이 음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고도 했다.
파리음악원에서 필립 뮬러를, 인디애나주립대에서 헝가리 출신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를 사사한 양성원에게는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로 '지적인 첼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양성원은 2007년 EMI 레이블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내놨다. 그는 유니버설뮤직의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를 통해 선보인 15년 만의 재녹음 앨범에 대해 "베토벤은 연주할수록 내면적으로 성장하고 소리가 깊어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소나타와 내가 더 가까워지고 자연스러워진 순간이 와서 다시 녹음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 외에도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두 곡의 변주곡, 헨델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등을 담았다.
"연주는 아는 만큼 더 혹독해" 이번 두 번째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녹음의 고민이 더 깊었다. 그는 "지금 솔직히 말하면 첫 번째 녹음은 잘 모르고 했고 잘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며 "이번 연주는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혼을 담는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강철현을 썼던 2007년과 달리 네 개의 현 중 절반을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을 쓴 것도 달라진 점이다. 거트현은 습도에 예민한 단점이 있지만 사람 목소리를 더 닮은 연주를 위한 그의 선택이다. 첫 번째 녹음은 프랑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과 함께 했지만 이번 녹음은 이탈리아 출신의 엔리코 파체가 참여했다. 앨범 발매에 맞춰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와 전속계약을 맺고 9월부터 나서는 전국 투어 공연도 파체와 함께 무대를 꾸린다. 9월 23일부터 부산·통영·대전·서울·여수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양성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주 일정이 취소되자 지휘 공부를 했다. 최근 독일의 한 음악 축제에서 지휘를 맡아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2014년 강남심포니와의 협연에서 지휘자로 깜짝 변신한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지휘 공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스 그라프 지휘로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엘가, 슈만의 첼로 협주곡 녹음도 마쳤다.
연세대 음대 교수이자 영국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RAM)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양성원은 학생들에게도 내면의 성장을 강조한다. "음악을 산업이라고 많이 생각하지만 저는 음악은 인류의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스승에게 배웠듯 삶의 깊이를 추구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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