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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재개에도 갈등 여전…"몰려다녀 불안" vs "주민 위협한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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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재개에도 갈등 여전…"몰려다녀 불안" vs "주민 위협한 적 있나"

입력
2022.08.22 17:30
수정
2022.08.22 22: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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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본격적으로 재개…양측 입장 평행선


이슬람 사원을 주택가에 지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무슬림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10, 20명씩 돌아다닌다. 언론은 그들이 불안해한다는데 정말로 불안한 사람은 주변에 거주하는 노약자들이다.

서재원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무슬림이 두렵다지만 우리가 주민들을 위협한 적이 있는가. 처음에는 냄새나 소음을 이유로 들더니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한국 정부와 경북대로부터 허가를 받아서 이곳에 왔고 경북대에서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무아즈 라작·컴퓨터 공학 박사과정 유학생

대구 대현동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가 3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경북대 유학생 중심의 무슬림들이 2014년 매입해 기도소로 활용해 오던 단층집을 재작년 12월 사원으로 개축하는 공사를 진행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에 떠밀린 대구 북구청이 뒤늦게 공사 중지를 명령해 법정 소송이 이어졌다. 건축주가 지난해 7월 행정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승소한 후에는 주민들이 물리적으로 인부와 자재의 진입을 막았다. 급기야 22일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사가 재개되기에 이르렀다. 현장에서 만난 무슬림과 주민들은 저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웃이었던 사람들 사이엔 불신의 골이 깊이 파여 있었다.

이슬람 사원 건축주 대변인인 무아즈 라작(26)씨와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22일 오전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골목에서 마주 서 있다. 김민호 기자

이슬람 사원 건축주 대변인인 무아즈 라작(26)씨와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22일 오전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골목에서 마주 서 있다. 김민호 기자


대현동 주민들은 22일 오전 7시부터 이슬람 사원을 진입하는 골목에서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김민호 기자

대현동 주민들은 22일 오전 7시부터 이슬람 사원을 진입하는 골목에서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김민호 기자



주민들 공사장 진입로에서 건축 중단 시위

주민 2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축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자재를 적재한 트럭이 세워진 골목 입구부터 공사장 앞까지 50m 정도 구간에 늘어서 공사 진행을 비난했다. 인부 2명이 시멘트를 나르기 시작하자 단체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건축업자 측은 시위 때문에 장비를 반입하기 어렵더라도 수작업으로 연내에는 사원을 완공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시위는 욕설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지난 6, 8일처럼 과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작업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무슬림들이 직접 시멘트를 나르는 과정에서 한 주민이 “탈레반”이라고 발언하자 다른 주민이 즉시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슬림과 인부들이 자재를 반입하고 일과를 종료하면서 주민들도 해산했다. 주민들로 구성된 이슬람 사원 건립반대 비상대책위 측은 공사가 진행되는 날마다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중재에도 불신 오히려 깊어져

갈등이 1년 8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무슬림과 주민들 사이에는 불신이 깊게 자리 잡았다. 지난 12일에도 북구청과 무슬림, 주민들이 모였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서로를 믿지 못하니 회의에서 오간 이야기가 되레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는 상황이다. 북구청이 지난 회의에서 경북대에 대체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무슬림 측에 제안하니 소유권을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면서 분개하는 주민도 있었다.

공사장과 가까이 거주하는 박정숙(59)씨는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마다 축제를 벌였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니까 참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면서 “북구청이 무슬림들에게 건물을 사주고 피해도 보상하겠다고 했더니 무슬림들은 ‘(대체지에 갔을 때) 민원이 들어오면 커버쳐 줄 수 있겠느냐’고 하더라. 그게 그동안 피해를 끼쳤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주장했다.

인부 2명으로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무슬림들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시멘트 포대를 나르고 있다. 무슬림 왼편으로는 주민들이 진입로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인부 2명으로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무슬림들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시멘트 포대를 나르고 있다. 무슬림 왼편으로는 주민들이 진입로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무슬림이 시멘트를 나르고 있다. 김민호 기자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무슬림이 시멘트를 나르고 있다. 김민호 기자


주민들,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감 호소

주민들이 사원 건축을 반대하면서 강조하는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한 주민은 "무슬림들은 사원 바깥으로 방송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하루에 다섯 차례씩 기도하려고 오가는 동안 소음이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무슬림들이 적게는 10여 명, 큰 행사 때는 100여 명씩 오가는 상황 자체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원 건축을 계기로 무슬림이 더 많아지면 주변 환경이 이질적으로 변할 것이란 우려도 컸다. 최무련(68)씨는 “기도소가 사원으로 변한다면 신자가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무슬림, 한국은 문명국가…공사 막을 이유 없어

무슬림들은 문명국가인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원을 건축하는 만큼, 주민들이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건축주 측은 북구청 등이 적합한 대체지를 마련한다면 사원을 옮길 수 있다고 하지만, 조건을 만족하는 부지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건물이 △경북대에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고 △사원의 형태를 갖추는 한편 △신도들이 함께 모일 큰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구청이 사원의 사용을 영구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무슬림 측 요구다.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미리 준비해 온 호소문을 읽고 있다. 경찰은 무슬림 측으로부터는 공사 방해와 물리적 충돌을 방관한다는 비판을, 주민들로부터는 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을 보호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김민호 기자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미리 준비해 온 호소문을 읽고 있다. 경찰은 무슬림 측으로부터는 공사 방해와 물리적 충돌을 방관한다는 비판을, 주민들로부터는 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을 보호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김민호 기자


공사장 출입문에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서가 붙어 있다. 김민호 기자

공사장 출입문에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서가 붙어 있다. 김민호 기자

건축주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무아즈 라작(26)씨는 “경북대 내부 대체지의 소유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원이 영구적으로 한자리에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종교활동을 옮겨 다니면서 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은 혐오 발언이 심했다고 한 차례 사과한 것은 맞다”면서도 지난해 공사 중지 여부를 두고 갈등이 커졌을 때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했던 팻말이 동네에 붙여졌던 일을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대현동 무슬림들을 혐오하는 발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상황에서 대체지를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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