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상장 첫날 공모가 밑돌아
연초부터 대어급 줄줄이 상장 접어
출격 대기 컬리, 케뱅 앞길도 첩첩산중
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IPO)시장의 혹한기가 계속되고 있다. 증시 데뷔를 노리던 대어(大魚)급 기업이 줄줄이 상장을 접거나 몸값을 대폭 낮추는가 하면, 지난해 증시 활황 덕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기업은 가치 추락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상장 줄줄이 취소... 공모가 반토막 난 기업도
22일 코스피에 상장한 쏘카는 시초가 대비 6.07% 내린 2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공모가(2만8,000원)를 밑돌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이날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인 데다, 앞선 수요 예측 때 의무 보유를 약속한 기관이 거의 없다시피 해 첫날부터 물량이 대거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쏘카는 거품 논란으로 '몸값'에 해당하는 공모가를 40%가량 낮췄는데도, 일반 청약경쟁률이 14.4대 1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올초부터 상장 자체를 취소한 기업도 적지 않다. 유동성이 마르면서 시장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원하는 가치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1월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주목받던 대어급 기업이 대거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2012년, 2018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IPO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던 현대오일뱅크도 6월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뒤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새내기 상장기업도 속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증시 활황과 공모주 광풍에 힘입어 고평가를 받고 증시에 입성했지만, 현재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공모가 3만9,000원)와 카카오페이(공모가 9만 원) 주가는 현재 공모가 대비 30%가량 급락한 상태다. 공모가를 49만8,000원으로 정해 코스피에 입성했던 크래프톤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대어급 중에선 청약 증거금만 114조 원을 끌어모으며 단군 이래 최대 IPO로 불린 LG에너지솔루션(공모가 30만 원) 정도가 그나마 공모가를 50%가량 웃돌며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떠는 컬리, 케뱅... "거품 걷어낼 기회" 지적도
향후 증시 입성을 노리는 기업의 앞길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 배송업체 컬리와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컬리는 3월, 케이뱅크는 6월에 각각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이날 컬리의 예비심사를 5개월 만에 승인했다. 다만 지난해 지분투자를 받았을 당시 인정받은 4조 원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스스로도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는 시기"라면서도 "하반기 증시 분위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상장을 미루는 곳이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규 상장사를 눈여겨보는 투자자로선 거품을 걷어낸 진짜 가격을 발견할 기회란 목소리도 있다. 넘치는 유동성을 발판 삼은 이른바 '공모가 뻥튀기' 대신,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을 올릴 방법이란 얘기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 부르는 게 값(공모가)일 만큼 과열된 IPO시장의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관이나 개인이 몸을 사릴 때가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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