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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가스 위기는 강 건너 불인가?

입력
2022.08.23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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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전체가 심각한 천연가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 상태로 공급받는 방식(PNG)을 주로 이용해 왔는데, 이 방식은 액화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액화천연가스(LNG)에 비하여 근거리 수송에서는 경제성이 높다. 덕분에 유럽 국가들은 싼 가격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이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처럼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러시아에 목줄을 잡힌 것이다. 특히 다가올 겨울철 난방용 천연가스 수급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만약 이때까지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정상화하지 않을 경우 유럽 국가들은 절체절명 위기에 빠지게 된다. 독일 시민들이 겨울에 대비하려고 나무땔감을 사재기하고 있는 모습은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유럽 각국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지금부터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목표 가스비축량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절약을 장려하고, 기록적 더위에도 실내 냉방을 제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가스배급제까지 고려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상호 가스를 융통하고 올겨울 가스소비량을 15% 줄이기로 합의하였다.

이처럼 온 유럽이 가스부족으로 난리를 치르고 있고 일본과 호주까지 비상대비책을 논의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너무나 조용하다. 무더위에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최대수요시 수급관리 능력을 점검하는 것 이외에 평소 전기와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얘기도 없고, 다가올 겨울 난방용 천연가스 수급에 대해 정부에서 별도의 대책을 발표하지도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다 대비해 놓았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묻는 사람도 없고 설명하는 사람도 없다. 얼마 전에 수요예측 실패로 이번 겨울 가스부족이 예상된다는 기사에 대해서 가스공사가 사실이 아니며 겨울철 수급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전량을 LNG로 조달하고 있으며, 그중 70~80%를 장기계약으로 공급받고 나머지만 현물(spot)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러시아 사태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난방용 가스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현물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지난 겨울은 특히 현물비중이 높았고 비싼 현물가격 때문에 발전용 가스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도매가격인 SMP가 200원까지 치솟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겨울 가스공급을 위해 현물이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가 확보되어 있는지 전혀 발표하지 않으니 잘 알 수는 없지만, 유럽 각국들이 LNG 현물 구매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겨울 LNG 현물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구매경쟁이 치열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세계 LNG 시장에서 큰손인 가스공사는 어떻게든 물량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이미 현물가격은 2020년 대비 10배 이상 올랐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사전에 대비할 것도 없는 것인가? 태평하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그 떡값을 국민들이 물어야 한다면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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