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극우 사상가의 친딸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차를 몰고 가다 의문의 폭발로 사망했다. 러시아는 이 사건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을 가능성까지 열어 둔 채 조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영국 가디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경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몰던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강력한 폭발로 산산조각이 났다.
러시아 매체는 현장 목격자를 인용해 도로가 잔해로 뒤덮였고 차량은 불길에 휩싸인 뒤 울타리에 충돌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 러시아 매체는 원래 두긴과 딸이 모스크바 외곽 행사에 참석했다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따로 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 측근은 다리야가 원래 다른 차를 몰았지만 이날은 아버지 두긴의 차량을 운전했으며, 이날 사건이 두긴 또는 부녀를 노린 고의적인 공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전에 차량에 폭발물이 설치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당국은 이를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두긴은 거대한 새 러시아제국을 만든다며 여기에 우크라이나도 포함시킨다는 구상을 지지해온 극우 정치 사상가로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던 딸 두기나는 아버지 사상을 지지하고 러시아 국영TV에도 나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당국의 수사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당국이 두기나의 죽음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개입 여부는 권한 있는 당국이 판단할 일"이라며 "실제로 그렇게 확인되면 우리는 국가 테러리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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