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매출 부풀리고 원가 낮춰 재무제표 허위로
삼정회계법인, 허위 재무제표로 감사하며 '적정'
"강덕수 전 회장과 회계법인 공동으로 55억 배상"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작업장의 모습. 연합뉴스
STX조선해양 소액주주 300여명이 분식회계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회사 경영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소액주주 300여명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삼정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강 전 회장과 회계법인이 주주들에게 5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STX조선해양은 회계연도 기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선박제조 진행률을 조작해 매출총이익을 부풀리는 등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담은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STX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는 2조3,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해당 재무제표를 두고 '적정 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공시했다.
분식회계 사실은 조선경기가 침체되면서 적발됐다. STX조선해양이 2014년 4월 상장폐지되자, 회사 주식과 신주인수권증권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법인과 강 전 회장과 삼정회계법인이 49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이 대표이사이자 선량한 관리자로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정회계법인도 회계부정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제대로 감사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다만, 배상 책임은 60%로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 전 회장과 회계법인이 공동으로 5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공표 전이라도 위법행위 정보가 시장에 알려진 경우, 주가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허위공시와 주주들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가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강 전 회장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이 존재하고, 재무담당 임원(CFO)이 임명돼 있는 것만으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선 "경영자의 진술이나 회사가 제출한 자료 등을 그대로 신뢰해선 안 되고, 업종 특성과 경영 상황에 비춰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다면 감사를 더욱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은 횡령·배임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분식회계와 관련한 모든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강 전 회장은 최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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