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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살해, 전문 저격수 소행? 음모론은 죽지 않는다

입력
2022.08.21 14:50
수정
2022.08.21 15:01
16면
0 0

피살 장소 인근에 '저격수용 은신처' 주장
실제는 송풍구 청소 작업용 텐트로 드러나
"아베 자작극이다" "연출됐다" 음모론도

‘셰어 뉴스 재팬(Share News Japan)’이란 웹사이트가 16일 ‘빌딩 옥상에 간이 텐트… 스나이퍼 오두막이 사건 후 3시간 만에 철거됐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망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왼쪽이 사건 직후, 오른쪽은 3시간 후 촬영된 것. 노란 점선 안의 흰색 물체가 오른쪽에는 없어졌다. 셰어 뉴스 재팬 사이트 캡처

‘셰어 뉴스 재팬(Share News Japan)’이란 웹사이트가 16일 ‘빌딩 옥상에 간이 텐트… 스나이퍼 오두막이 사건 후 3시간 만에 철거됐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망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왼쪽이 사건 직후, 오른쪽은 3시간 후 촬영된 것. 노란 점선 안의 흰색 물체가 오른쪽에는 없어졌다. 셰어 뉴스 재팬 사이트 캡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과 관련한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나돌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직후 확산됐던 ‘자작극’ 주장은 가해자 야마가미 데쓰야의 범행 수법과 동기가 상세히 알려지며 수그러들었지만, 새로운 음모론이 버전을 바꿔 가며 계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음모론은 아베 전 총리가 숨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근처의 건물 옥상에 저격수용 은신처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소식을 전달하는 ‘셰어 뉴스 재팬(Share News Japan)’이란 웹사이트는 지난 16일 ‘빌딩 옥상에 간이 텐트… 스나이퍼 오두막이 사건 후 3시간 만에 철거됐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빌딩 옥상 흰색 텐트 없어졌다"며 음모론 제기

셰어 뉴스 재팬이 근거로 삼은 것은 일본 방송사들이 피격 현장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직후엔 건물 옥상 위의 흰색 물체가 잡혔는데, 3시간 뒤엔 사라졌다. 흰색 물체가 간이 텐트이며, 아베 전 총리를 쏜 진범인 전문 저격수가 숨어 있었다는 게 음모론의 골자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30만 회 이상 재생됐다. 트위터에선 6,700번 넘게 인용됐고, 463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반향이 일었다. 댓글 다수는 "역시 그랬구나"라며 음모론에 동조하는 내용이었다.

버즈피드 뉴스가 이 건물을 관리하는 부동산회사를 취재한 결과 흰색 물체는 작업용 텐트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베 전 총리가 총에 맞을 당시 건물 옥상에서 연기를 배출하는 송풍구를 청소하고 점검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 작업을 위해 흰 텐트를 쳤다는 것이다. 작업 현장엔 이 부동산회사 직원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저격수용 오두막이라니,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또 “악성 루머를 실제로 믿는 사람들이 회사로 전화를 하고 있다”면서 “변호사와 상의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경찰이 지난달 13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으로 쓰러진 나라현 나라시의 현장 인근 보도에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나라=AP 교도 연합뉴스

일본 경찰이 지난달 13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으로 쓰러진 나라현 나라시의 현장 인근 보도에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나라=AP 교도 연합뉴스


'자작극' '연출된 것'이란 음모론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음모론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목에 맞은 총탄이 심장까지 도달한 것을 보면 등뒤가 아니라 위에서 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이유가 따라붙는다. 최장기간 총리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 보통 시민의 총에 맞아 살해됐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보니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야마구치 신이치 국제대 준교수는 산케이신문에 “'우월감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온라인상 루머 확산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진실을 나만이 알고 있다고 믿고 과시하는 것에서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믿고 싶은 정보만 취사 선택하는 습성도 문제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인지 확인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은 공유하지 않아야 한다고 일본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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