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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 툭 하면 내리는 비... '장마'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데

입력
2022.08.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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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많은 비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갑작스레 많은 비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또 비 온대?"

지난 2주간 일기예보를 보며 가장 자주 내뱉은 푸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장마 기간이 지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 8월 들어 2, 3일 간격으로 계속해서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장마 때에 비견될 정도로 비가 자주 온다는 뜻에서 이 시기를 '2차 장마', '가을장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비가 단순히 여름 소나기나 태풍, 저기압 때문에 내린 게 아니라는 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이달 들어 내린 비는 대부분 한랭건조한 기단과 고온다습한 기단이 맞부딪치며 형성된 '정체전선'이 범인인데, 통상적으로 정체전선은 6월 말 장마 기간에 형성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상청에서는 아무리 비가 자주 오더라도 이 시기를 '장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기상학적 의미의 '장마'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장마'는 호우 여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정체전선의 이동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시스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정체전선의 이동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가 생각하는 장마란 '장기간 비가 내리는 때'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여름철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라고 등재돼 있어 우리의 상식을 뒷받침한다. 이 뜻에 따르면 8월 들어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는 지금을 장마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상학적 의미의 '장마'를 판단할 때는 호우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는 여름의 초입 단계부터 한반도를 완전히 점유해 한여름이 되기 직전까지, 주로 6월 말부터 7월 초순 사이를 의미한다"며 "기상학적으로는 기압계 형태를 보고 장마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즉 호우 여부가 장마기간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

정체전선이 곧 장마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정체전선을 '장마전선'이라고 부르면서 두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체전선은 꼭 여름에만 형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 통보관은 "정체전선이 통상 장마기간에 많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8월에 생겼다고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여름철에는 언제나 소나기나 저기압성 호우와 마찬가지로 정체전선에 의한 비가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8월, 유난히 비가 많이 온 걸까

비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비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올해 8월은 과거와 비교해 비가 유난히 자주 내렸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 8월이 채 끝나지 않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달 18일까지 서울에 1㎜라도 비가 내린 날은 12일이었다. 최근 10년간 서울 8월 평균 강수 일수가 13.9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까지는 평년보다 비가 자주 왔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8월에서 9월 사이 장마기간처럼 집중호우가 내리는 패턴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며 '가을장마'나 '2차 장마'라는 용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교과서에서 배우듯이 '장마→무더위→가을'의 순서와 기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장마전선'이라는 용어를 '장마기간'과 '정체전선'으로 분리해 사용하듯, 장마라는 말 자체의 정의를 다시 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기상청에서는 오랜 기간 반복되고 일정한 패턴을 갖는 기상 현상이 아닌 한 용어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오호츠크해 부근에 블로킹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다량 몰려 내려왔고, 이 때문에 정체전선이 강하게 형성된 '특이 케이스'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는 8월 말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비가 많이 오는 현상이 나타난다. 기상청 관계자는 "결국 예측 가능하려면 규칙성이 있어야 하는데, 규칙성을 발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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