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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많은 비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또 비 온대?"
지난 2주간 일기예보를 보며 가장 자주 내뱉은 푸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장마 기간이 지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 8월 들어 2, 3일 간격으로 계속해서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장마 때에 비견될 정도로 비가 자주 온다는 뜻에서 이 시기를 '2차 장마', '가을장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비가 단순히 여름 소나기나 태풍, 저기압 때문에 내린 게 아니라는 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이달 들어 내린 비는 대부분 한랭건조한 기단과 고온다습한 기단이 맞부딪치며 형성된 '정체전선'이 범인인데, 통상적으로 정체전선은 6월 말 장마 기간에 형성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상청에서는 아무리 비가 자주 오더라도 이 시기를 '장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기상학적 의미의 '장마'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장마'는 호우 여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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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정체전선의 이동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가 생각하는 장마란 '장기간 비가 내리는 때'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여름철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라고 등재돼 있어 우리의 상식을 뒷받침한다. 이 뜻에 따르면 8월 들어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는 지금을 장마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상학적 의미의 '장마'를 판단할 때는 호우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는 여름의 초입 단계부터 한반도를 완전히 점유해 한여름이 되기 직전까지, 주로 6월 말부터 7월 초순 사이를 의미한다"며 "기상학적으로는 기압계 형태를 보고 장마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즉 호우 여부가 장마기간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
정체전선이 곧 장마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정체전선을 '장마전선'이라고 부르면서 두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체전선은 꼭 여름에만 형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 통보관은 "정체전선이 통상 장마기간에 많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8월에 생겼다고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여름철에는 언제나 소나기나 저기압성 호우와 마찬가지로 정체전선에 의한 비가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8월, 유난히 비가 많이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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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올해 8월은 과거와 비교해 비가 유난히 자주 내렸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 8월이 채 끝나지 않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달 18일까지 서울에 1㎜라도 비가 내린 날은 12일이었다. 최근 10년간 서울 8월 평균 강수 일수가 13.9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까지는 평년보다 비가 자주 왔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8월에서 9월 사이 장마기간처럼 집중호우가 내리는 패턴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며 '가을장마'나 '2차 장마'라는 용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교과서에서 배우듯이 '장마→무더위→가을'의 순서와 기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장마전선'이라는 용어를 '장마기간'과 '정체전선'으로 분리해 사용하듯, 장마라는 말 자체의 정의를 다시 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기상청에서는 오랜 기간 반복되고 일정한 패턴을 갖는 기상 현상이 아닌 한 용어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오호츠크해 부근에 블로킹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다량 몰려 내려왔고, 이 때문에 정체전선이 강하게 형성된 '특이 케이스'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는 8월 말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비가 많이 오는 현상이 나타난다. 기상청 관계자는 "결국 예측 가능하려면 규칙성이 있어야 하는데, 규칙성을 발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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