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흥캠퍼스 R&D 단지' 기공식 참석
40년 전 삼성의 반도체 사업 시작한 곳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 시작" 선포
반도체 임직원 만나 "소통 기회 늘리겠다" 약속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 반도체의 발원지인 기흥캠퍼스를 찾아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이란 청사진을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뉴(NEW) 삼성' 경영 행보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서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고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후 첫 현장 경영 행보에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 수 있는 반도체의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이 삼성을 넘어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 질서가 빠르게 바뀌면서 반도체는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방한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았을 정도로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크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에 힘을 보탬으로써 경제 위기 극복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해 달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보겠다는 행보"라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은 12일 특별복권 결정이 내려진 뒤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기공식에 등장한 '40년 전 글귀'…"초심 도전의지 강조"
기공식에선 '반도체 산업은 시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말이 첫 공개됐다. 기흥캠퍼스는 1983년 2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이날 공개된 발언은 고 이병철 회장이 주위의 반대와 비웃음을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한 이른바 '도쿄 선언' 직후에 한 말이다. 이 선대 회장은 '도쿄 선언' 당시 인터뷰에서 '3년도 못 가 실패할 것', '우리 경제가 그만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 등 반도체 사업 진출과 관련해 싸늘한 반응에도 "(반도체 사업 진출로) 잘못하면 삼성그룹 절반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성이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이 글귀가 40년 만에 공개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기술 연구의 핵심 기지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뜨는 행사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의 의지를 다지자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실제로 선대회장이 남긴 이 글귀를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읽으며 뜻을 새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공식·사장단 회의·임직원 간담회까지…경영 활동 시동
이 부회장은 기공식을 마친 뒤 화성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임직원들과 간담회도 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2020년 8월 수원사업장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 이후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직원들의 건의 사항을 들은 뒤 직접 소통할 기회를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어떠한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이 "출근 전 아내에게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 사진을 찍어 오겠다고 약속했다"며 기념 촬영을 요청하자 이 부회장은 직접 직원 아내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가 끝나고서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 부회장은 이후 반도체연구소에서 DS부문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 및 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경계현 DS부문장(대표이사)은 이날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을 보고하며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스스로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통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공식에는 경 DS부문장, 정은승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DS부문 사장단을 비롯해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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