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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거북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

입력
2022.08.21 12: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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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부화하여 바다로 가는 새끼 바다거북. 기후변화는 암수 성비 불균형을 초래하며, 장기적 개체군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Flore W., Pixabay

모든 생명체는 후손을 남겨야 하고 다양한 번식 방법을 사용합니다. 포유류는 암수 유전체가 따로 결정되어 태어나고 성전환을 못하지만, 어류 중에서는 성장하며 성별이 바뀌는 경우도 많죠. 예를 들어 ‘니모를 찾아서’에서 나오는 흰동가리는 모두 수컷으로 태어나지만, 성장 후 무리 중 가장 큰 개체가 암컷이 되어 알을 낳게 됩니다. 놀래기 한 종은 불과 10일 만에 성전환을 완료하기도 한다죠. 이 경우 난소를 유지하는 유전자 기능을 잠재우고, 정소발달 유전자를 적극적으로 발현하는 방법을 쓰는 듯 보입니다.

부화 단계에서 성별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악어나 거북과 같은 일부 파충류와 어류는 알의 부화 온도조건에 따라 새끼의 성별이 결정되죠. ‘온도 의존성 성결정’이라 합니다. 앨리게이터는 부화 온도가 33℃ 인근일 때 수컷으로, 30℃ 이하일 때는 암컷으로 부화합니다. 배 속에서 알이 만들어질 때 성별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부화 조건에 따라 바뀐다는 거죠. 조류는 수정 단계에서 이미 성별이 결정되거든요. 악어의 생식샘에 존재하는, 열에 민감한 특정 단백질이 35℃ 전후 온도에서 항뮬러관 호르몬 생성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합니다. 이 호르몬은 사람에게도 남아의 생식기 발달에 영향을 주죠. 이 호르몬이 적으면 여성이 되는 겁니다. 거북의 성 결정도 유사합니다만, 반대로 낮은 온도에서는 수컷이, 높은 온도에서는 암컷이 됩니다. 방향화효소는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전환시키죠. 이 효소는 30℃ 인근에서 활성화됩니다. 그러니 높은 기온에서 암컷 출현 빈도가 오르는 것이죠.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태어나는 어린 바다거북이 전부 암컷이라는 뉴스가 많이 보도되었죠. 이미 1998년 이전부터 암컷 출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었고, 2018년 보고된 호주 사례는 극단적입니다.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지역은 전 세계 푸른바다거북의 가장 큰 서식지입니다. 북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적도에 가까운데 이 지역의 어린 개체 99.1%, 아성체의 99.8%, 그리고 성체의 86.8%가 암컷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남부의 65~70% 암컷 비율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이죠. 물론 바다거북은 일부일처는 아닙니다. 여러 수컷과 암컷 한 마리가, 또는 한 마리 수컷이 여러 암컷과 짝짓기하죠. 그러니 개체군 변동에는 알을 낳는 암컷 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적절한 수의 수컷만 태어난다면, 단기적으로 개체군이 늘수도 있습니다.

번식 시기도 마찬가지죠. 이미 20여 년 전 연구한 바에 따르면, 플로리다 해변의 붉은바다거북은 상승하는 수온에 대처하려는 듯, 15년 전에 비해 10일 일찍 번식을 시작했다죠. 이 기간 수온은 0.8℃가 상승했습니다. 다만 바다거북 산란장은 높아가는 해수위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화 중인 알이 물에 잠기면 발생은 중단되지요. 적당한 수온의, 침수되지 않는 또 다른 산란장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올여름, 유럽과 같은 극단적 온도 변화가 발생할 경우 많은 알이 사멸할 수 있기에 기후위기는 여전히 바다거북의 장기 생존에 잠재적 위협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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