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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또 다른 위협

입력
2022.08.19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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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2일 대전 대덕구 한남대학교 캠퍼스 안에 싱크홀이 생겨 학교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등 안전 조치를 했다. 대전=연합뉴스

12일 대전 대덕구 한남대학교 캠퍼스 안에 싱크홀이 생겨 학교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등 안전 조치를 했다. 대전=연합뉴스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보금자리엔 흙탕물 흔적이 짙게 배었고, 세간살이는 못 쓰게 된 채 널브러졌다. 그런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하를 걱정한다. 8일부터 중부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가 잠잠해지자 아니나 다를까 서울, 경기와 대전, 충남 곳곳에서 싱크홀(지반침하) 신고가 접수됐다. 폭우가 지나간 자리는 땅속까지 위험해진다.

□ 자연의 싱크홀과 도시의 싱크홀은 다르다. 해외에서 주로 보고되는 거대한 싱크홀은 장기간 지하수에 노출된 석회암이 녹아 생긴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도시의 싱크홀은 암반이 아닌 흙에서 주로 발생한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 대부분이 땅속 깊숙한 암반 위에 매립토를 얹어 조성됐기 때문이다. 흙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며 헐거워지다 공동(空洞)이 생기고 결국 지반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리는 게 도시 싱크홀이다. 매립토가 단단히 다져지지 않았거나, 지하 매설물이 손상돼 누수가 생겼거나, 지하수 흐름이 인위적으로 바뀐 곳에 싱크홀이 생긴다.

□ 대도시일수록 지하에 매설된 시설이 많다. 공사하느라 땅을 파놓은 곳도 수두룩하다. 지하 공간을 과도하게 개발하면 지하수의 자연적인 흐름이 바뀌는데, 이게 흙이 유실되는 에너지로 작용해 공동을 만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21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이 1,176건이다. 경기도가 2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147건, 광주 126건, 강원 125건, 부산 104건 순이다. 서울은 73건이다. 원인은 매설물 손상이 680건으로 최다였다.

□ 집중호우도 싱크홀의 주요 원인이다. 비가 많이 오면 지하수 수위가 올라가면서 흐름이 바뀔 뿐 아니라 흙의 물성도 달라진다. 그만큼 공동이 잘 만들어진다. 폭우 이후 공사장에서 현장 점검은 물론, 주변 건물의 경사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지하 시설 규모나 노후도를 따져서 지반 취약지를 선별해 선제적으로 GPR(지표투과레이더) 조사도 할 필요가 있다. GPR는 땅속으로 전자기파를 쏘아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공동의 위치나 규모를 파악하는 장비다. 기후변화가 싱크홀 위험까지 키우고 있다.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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