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문양 일본 전통 디자인과 패션 접목
패션 디자이너 최초로 일본 문화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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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모리 하나에. '하나에 모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모리 하나에가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18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96세. 1965년 미국 뉴욕 컬렉션을 성공시켰고, 아시아인 최초로 파리 오트쿠튀르 조합 정식 회원으로 활약하는 등 아시아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 선구자로 꼽힌다.
1926년 일본 시마네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집안의 후계자와 결혼한 후 양재 기술을 배워 1951년 도쿄 신주쿠역 인근에 양장점을 열었다. 1950년대 일본 영화의 전성기에 ‘태양의 계절’ 등 400여 편의 영화 의상을 제작하며 명성을 얻었다.
1954년 도쿄 긴자에 ‘하나에 모리(HANAE MORI)’라는 부티크를 연 이후 미국 여행을 하면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미국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일본 여자는 이렇게 비참하지 않다. 바보 취급하지 말라”며 분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1965년 처음 참가한 뉴욕 컬렉션에서 나비를 모티브로 일본의 전통 복식을 응용한 디자인의 우아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란 호평을 받으며 크게 성공했다. 파리 컬렉션에도 진출해 1977년에 패션업계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프랑스 오트쿠튀르 협회의 아시아인 최초 회원이 됐다.
고인은 고급 양장점이 의상에 집중할 때 나비 무늬가 그려진 수건이나 벨트 같은 잡화를 선보이는 등 명품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1996년 의상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다. 일본 버블 붕괴 등의 영향으로 2002년 하나에 모리 브랜드는 사실상 도산했지만, 미쓰이 물산이 사업권을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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