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간선거 앞두고 지지층 결집 계기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조항으로 국내업체 불이익
한국산 전기차로 북미 시장 공략하려던 계획 차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와 대기업 증세 등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상이 걸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계에는 불똥이 튀었다.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기 때문인데, 한국산 전기차의 북미 시장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전기차 신차 사면 7,500달러 세액공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7,400억 달러(약 970조 원) 규모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크게 4,400억 달러 정책 집행과 3,000억 달러 재정적자 감축으로 이뤄져 있다.
법안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3,750억 달러를 투입하고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6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재원은 연간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15% 최저 실효세율을 적용해 마련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전기차 세제 혜택이다. 기후 대응 관련 지출에는 10년간 중·저소득층이 전기차를 살 때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 신차는 최대 7,500달러 세액을 공제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다만 조건이 있다. 혜택을 받으려면 ①전기차 최종 조립이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 이뤄져야 한다. ②리튬 등 배터리 핵심 소재 역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것을 일정 비율(2023년 40%→2027년 80%→2029년 100%) 이상 사용해야 한다. ③중국·러시아 등 ‘우려 국가’ 소속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할 경우 혜택을 볼 수 없는 내용도 적시됐다.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취지이지만,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모든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탓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판매량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한국산 전기차가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잃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판매량 저하는 물론 내년에 아이오닉6와 EV9 등 신규 라인업 투입으로 미국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바이든의 값진 정치적 승리”
법안 서명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미 있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 때부터 내세운 ‘더 나은 재건 법안’ 원안(3조5,000억 달러)에 비하면 규모가 크게 줄긴 했지만, 집권 초 핵심 의제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뤄 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8개월간 법안 통과를 위해 정치권을 설득하는 등 부심했다. 국내외 악재 속에서 심혈을 기울여 온 이 법안이 실패로 끝났다면 적잖은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CNN방송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부진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기록한 주요한 입법 성과”라고 평가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여름휴가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굳이 이날 서명식을 위해 워싱턴으로 되돌아온 것도 그만큼 법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직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안 중 하나”라며 “미국 가정에 진전과 번영을 가져다주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상·하원 표결에서 모두 반대 표를 던진 점도 거론하며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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