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과 헌터
북미 배급사 각각 확정, 올해 안에 개봉
토론토영화제 동반 진출 호재 작용 가능
영화 ‘헤어질 결심’과 ‘헌트’가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수상 도전에 나선다. 배급사를 확정 짓고 개봉 일정을 조율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 영화 2편이 '오스카 레이스'에서 경쟁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헤어질 결심’이 스타트를 먼저 끊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난 11일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한국 대표로 선정됐다. 오스카를 주최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국가별 영화기관의 추천을 받은 영화들 중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작을 추린 후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한국 영화로는 ‘버닝’(2018)이 2019년 최초로 예비 후보 명단에 올랐고, ‘기생충’(2019)이 2020년 처음으로 트로피를 안았다.
‘헤어질 결심’은 배급사 무비와 지난해 계약하며 미국 개봉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무비는 ‘예술영화계의 넷플릭스’라 불릴 정도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유명하다. 최근 들어 제작과 극장 배급을 강화하면서 ‘헤어질 결심’ 판권 구매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 관계자는 “무비가 미국 배급 판권과 관련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극장 개봉 이후 온라인 유통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어 계약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국내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발표에 따르면 '헌트'는 미국 배급사 매그놀리아 픽처스를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 매그놀리아 픽처스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각각 수상한 ‘더 스퀘어’(2017)와 ‘어느 가족’(2018)을 배급했던 곳이다. 영화계에서는 오스카를 겨냥한 협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헌트’의 국내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관계자는 “오스카를 노린다는 표현은 아직 조심스럽다”면서도 “오스카 출품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미국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카 출품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미국 6개 대도시권(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지역, 시카고, 마이애미, 애틀랜타)에서 개봉해야 한다. ‘헤어질 결심’은 10월 개봉할 예정이며 ‘헌트’는 12월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헤어질 결심’과 ‘헌트’ 둘 다 오스카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 ‘헤어질 결심’은 ‘올드보이’(2003)와 ‘아가씨’(2016)로 해외 인지도가 높은 박찬욱 감독 신작인 데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헌트’는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가 연출과 주연을 겸한 영화라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다음 달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에미상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어 ‘헌트’가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두 영화가 다음 달 8일 개막하는 토론토영화제에 동반 진출하며 북미 시장에 첫선을 보이게 된 점도 고무적이다. 토론토영화제는 아카데미를 노리는 영화들이 첫 공개 행사로 택하는 경우가 많아 ‘오스카 레이스’의 시발점으로 여겨진다. CJ ENM 관계자는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을 거치며 아카데미를 향한 경쟁이 본격화된다”며 “‘헤어질 결심’ 등의 오스카 행보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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