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관계자-정부 측 대면해 허심탄회한 대화 나눠
총리 "규제로 가장 괴로운 건 중기...기술 따라 달라져야"
"제품을 하나 팔려면 인증을 3개나 받아야 합니다. 그 중 환경표지인증은 의무가 아님에도 지차체, 공공기관이 강제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어요. 수수료만 2,500여 만원입니다. 과감하게 통폐합할 수 없나요?"
수도꼭지 제조업체 대정워터스의 김명희 대표가 17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제안한 말이다. 토론회에 함께한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환경표준인증은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에서 우선구매 혜택을 주려고 한 제도인데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며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계에선 단순한 건의를 넘어 실질적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중소기업 관계자 13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 고위급 정부 인사를 직접 만나 의견을 전할 수 있는 드문 자리였기 때문이다. 환경과 입지, 신고표시, 인증 등과 관련한 규제 12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환경표지 인증이었다. 환경표지 인증은 환경친화적 제품의 생산·소비를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으로, 의무인증이 아니다. 하지만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상 공공기관은 환경표지 인증 마크가 없는 제품을 설치할 수 없어 사실상 의무인증이나 다름 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환경표지 인증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증 유효기간도 3년으로 짧아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복되는 인증 통폐합은 물론, 환경표지 인증부담 완화를 위해 인증 수수료를 대폭 경감하고, 유효기간을 5년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세 인증이 별 차이가 없다면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 "작업중지명령 제도 현실성 떨어져" 개선 요구
작업중지명령 조항에 대해서도 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작업에 대한 '부분작업중지' 또는 '전면작업중지'가 이뤄지는데, 조선소 등 특정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는 취지다. 박재성 성해산업 대표는 "조선소는 3~4척을 동시에 건조하는데 도크 중 한 군데에서만 사고가 나도 전체 작업을 중지해버려 사고와 관련없는 나머지 배들까지 건조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 경우 협력업체는 물론, 근로자들도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원칙적으로는 부분작업중지를 하려 한다"며 "기업의 안전조치와 정부의 규제가 적절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중소기업계는 이 밖에 LED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품목에서 평판형 조명 제외,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제도와 타워크레인 검사주기 완화 등을 요청했고, 부처 관계자들은 업계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총리는 이날 토론회를 마치며 "대기업은 규제가 있더라고 극복 가능하지만 규제로 가장 괴로운 쪽은 중소기업"이라며 "기술발전에 맞춰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더욱 반성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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