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한국 사회는 온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이야기였다. '우영우'가 16부를 끝으로 18일 종영했다. 6월 29일 첫 방송 때만 해도 제작진조차 이런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생소한 채널 ENA에서 방송됐는데도 시청률이 단 5회(1회 0.9%→5회 9.1%) 만에 10배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 등장 인물, 대사 하나에도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시즌2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영우는 '한바다'에서 장애인이 아니다
시청률만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최근 흥행작 중 사회적 논의가 이토록 활발히 일어난 드라마는 전무했다. 주인공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두고 장애와 소수자에 대한 거대한 공론장이 만들어졌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 원톱으로 등장한 한국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장애가 의학적인 기준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 장애인을 사회가 배제하느냐 받아들이냐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문턱이 전혀 없는 곳에서 휠체어 장애인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고, 모두가 수화를 하는 곳에서 청각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아닌 것처럼 정명석, 최수연 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우영우는 장애인이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치열한 법리 싸움에 초점을 맞춘 법정극을 탄생시킨 것도 '우영우'의 성과다. 선악 구도를 부각하는 기존 법정 드라마를 답습하지 않는다. 드라마에는 정의롭기만 한 변호사도, 권력과 탐욕에 눈이 먼 변호사도 없다. 그 중간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고민하는 직장인이 있을 뿐이다.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영우는 '변호사란 그래도 약자를!' 어쩌고 하면서 감동적 연설을 하지 않는다"며 "이 담백함과 절제가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재' 설정은 대중성 확보 위한 전략
일각에서는 고기능 자폐인 천재 변호사를 등장시켜 대다수 자폐인을 소외시키고 현실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영우처럼 능력이 뛰어나고 매력적인 장애인만 일반인과 어울려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논란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작품의 한계(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한계에도 대중문화 특성상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하기는 어렵다. 드라마 평론가인 김민정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1, 2회에서 우영우라는 캐릭터의 판타지성을 부각시켜서 대중성을 높인 다음, 또 다른 자폐인(3회)이나 지적 장애인의 사랑(10회)을 다루면서 작가가 정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던졌다"며 "에피소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해서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세련되게 서사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장애인 캐릭터를 사실감 있게 그려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우영우를 매력적으로 그림으로써 대중이 감정이입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슈까지 같이 관심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출생의 비밀, 암, 무리한 로맨스는 못 피해
하지만 초중반까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우영우는 후반에 접어들면서 뒷심이 달렸다. 신선함을 선사해왔던 우영우마저도 한국 드라마의 3대 클리셰는 넘지 못했던 탓이다. 다름 아닌 '출생의 비밀', '암(또는 불치병)', '무리한 로맨스'라는 상투성의 덫이었다. 우영우는 '한바다'의 경쟁사인 '태산' 태수미의 숨겨진 딸이고 정명석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암에 걸린다. 그나마 관련 내용이 '고구마'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8회 한 회 안에서 소화된다.
최수연과 권민우가 느닷없이 '썸'을 타는 장면도 상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헌식 평론가는 "억지 로맨스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훼손한 면이 있다"며 "PPL 없는 드라마로 호평받았는데 결국 PPL도 등장해 자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황진미 평론가는 "우영우와 이준호의 로맨스는 다룰 만했지만, 최수연과 권민우를 엮는 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촘촘했던 변론 과정도 후반부로 갈수록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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