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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에 써준 증여각서…대법 "철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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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에 써준 증여각서…대법 "철회 가능"

입력
2022.08.17 11:40
수정
2022.08.17 20: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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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 사이 혼외자에 사후 증여계약
관계 파탄 후 근저당권 말소 소송 제기
법원 "증여자의 최종적 의사 존중" 판결

"나의 소중한 자식이며, 핏줄이기 때문에 (내가 사망한다면) 재산 중 40%는 아들인 C군에게 넘길 것이다."

판결문에 인용된 남성 A씨가 내연녀 B씨에게 써준 증여각서

A씨는 2012년 내연 여성인 B씨와의 사이에 C군이 태어나자 이 같은 내용의 증여각서에 서명했다. A씨는 2013년에도 증여각서를 작성했다. 같은 해 A씨는 일부 부동산을 B씨 앞으로 채권 최고액 15억 원의 근저당권도 설정했다.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A씨와 B씨의 관계가 파탄 나자, A씨는 증여를 철회한다며 근저당권설정 등기를 말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와 맺은 증여계약을 철회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근저당권 말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증여자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사인 증여'도 유증(유언을 통해 재산을 사후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철회가 허용된다고 판단한 첫 사례다.

재판 쟁점은 A씨가 한 '사인 증여'가 계약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민법 562조에 따라 사인 증여는 유증과 관련한 규정을 적용하지만, 민법상 계약으로 볼 수도 있어 증여 해제요건을 갖췄을 때만 철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A씨가 서명한 증여각서를 계약으로 본다면, A씨는 임의로 각서 내용을 철회할 수 없다.

1심은 사인 증여는 계약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봤다. 다만,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증여자 의사에 따라 예외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원칙적으로는 철회할 수 없지만, A씨와 B씨의 관계 파탄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 철회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2심은 한발 더 나아가 사인 증여를 계약이 아닌, 유증과 다를 게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사인 증여도 유증처럼 증여하는 사람의 최종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사인 증여를 유증에 관한 민법 규정을 적용해 철회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사인 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며 "원심 판결 중 사인 증여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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