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머송 대전 속 여름 대표곡은 여전히 90년대에
K팝 시장 특성·히트곡의 조건 기억해야
국내 가요계에는 각 계절을 대표하는 노래로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메가 히트곡, 일명 '연금송'들이 있다. 매년 봄이면 리스너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음원 차트 역주행의 신화를 기록하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대표적인 예다.
'연금송'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봄 시즌송인 '벚꽃 엔딩'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사실 계절을 대표하는 히트곡의 원조는 여름 노래들이었다. 특히 90년대 큰 인리를 끌었던 다양한 섬머송들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름을 대표하는 노래들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여름 안에서' '해변의 여인' '여름아! 부탁해' '바다의 왕자' '파도' 등 얼핏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노래는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기존 메가 히트곡들의 입지가 너무 탄탄했던 탓일까, 가파른 K팝의 변화 속에서도 아직까지 기존 여름 대표곡들을 이을 만한 새 여름 연금송의 탄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년 수많은 가수들이 '섬머송'이라는 이름으로 여름 가요계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여름을 대표하는 곡을 떠올릴 때면 90년대(혹은 2000년대 초)의 히트곡들이 줄줄이 떠오를 뿐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특히 최근 K팝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음악적 내실 역시 탄탄하게 키워온 상황에서 과거의 히트곡을 넘어설 계절 대표곡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궁금증을 키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답은 현재 K팝 시장의 특성과 연관지어 볼 때야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현재 국내 가요계를 주도하고 있는 메이저 장르는 아이돌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매 계절 다양한 가수들이 섬머송을 내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 되는 곡들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의 섬머송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들이 선보이는 섬머송의 경우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할 만한 '연금송'의 조건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데뷔 이후 각 그룹들이 고수해온 세계관의 연장선상에서 섬머송을 전개해야 하거나, 팀이 추구하는 콘셉트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여름 대표곡들이 모두 쉽고 신나는 멜로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 등 '대중성'에 집중한 노래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이돌들의 섬머송이 세대를 불문한 대중을 겨냥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셈이다.
물론 여름 대표곡의 기근을 아이돌 그룹들의 강세와 그들의 음악적 특성에서만 찾는다는 것은 비약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두의 공감을 살 만한 '좋은 노래'의 부재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모든 히트곡의 필수 조건은 오랜 시간 대중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노래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90년대를 넘어 새로운 섬머송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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