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없다고 성폭력 피해 배척 못 해"
여성 "내 삶 무너져… 조용히 살고 싶다" 울음
건설 브로커 윤중천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사업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씨와 여성 사이의 간통·성폭행 등 쌍방 고소전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의 발단이 됐다.
두 사람은 내연관계였지만, 윤씨가 A씨에게 빌린 20억 원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A씨의 상환 독촉이 심해지자 윤씨는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윤씨 부인도 가세해 2012년 10월 A씨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A씨는 이에 윤씨가 과거 자신에게 최음제를 먹여 성폭행했다며 윤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2019년 A씨를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간통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윤씨와의 과거 성관계를 성폭행이라고 주장하며 허위 고소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16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채 판사는 "두 사람이 성관계 후 사귀는 사이로 발전했더라도 이는 가해자 관점에서 피고인에게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일 뿐"이라며 "A씨가 윤씨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진 후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볼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고 밝혔다.
채 판사는 A씨가 2012년 말 김학의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B씨와 나눈 통화 기록도 무고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A씨는 B씨와의 통화에서 "나 혼자보다 (피해자) 두세 명이 더 있으면, (윤씨를) 바로 구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의 '1차 수사팀'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채 판사는 "다소 부적절한 언급이 있지만, A씨가 강간 당한 사실이 없는데도 돈을 돌려받기 위해 허위 고소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은 없다"며 "A씨와 윤씨 가운데 한 사람은 진실을, 한 사람은 거짓말하는 것인데 (둘 중 한 명의 주장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씨의 강간죄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서 A씨의 무고죄가 인정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서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윤씨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법원 판결 중 사실이 아닌 것도 있지만 조용히 살고 싶다. 삶이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사기 등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윤씨에게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도 적용했지만, 면소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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