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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포획 계획 없는 비봉이 방류는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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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포획 계획 없는 비봉이 방류는 무책임"

입력
2022.08.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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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돌고래 자문한 해양포유류 전문가,
미국 동물복지연구소 소속 나오미 로즈
"재포획 방법은 인간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

방류 전 비봉이(왼쪽) 모습과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로즈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재포획 계획 없는 방류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해양수산부, 나오미 로즈 제공

방류 전 비봉이(왼쪽) 모습과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로즈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재포획 계획 없는 방류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해양수산부, 나오미 로즈 제공


"돌고래뿐 아니라 어떤 야생동물도 재포획 계획 없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건 부적절하다. 사실 무책임하다. 비봉이의 야생 부적응 시 재포획 방안이 없다는 건 매우 유감이며 충격이다."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수컷∙20~23세 추정)의 방류 절차와 관련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로즈는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으로 고래류를 위한 각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와 큰돌고래 태지 거취 등 한국 돌고래 문제 자문을 위해 수차례 방한한 해양포유류 전문가다.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이달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비봉이를 옮겼다. 하지만 비봉이 방류가 돌고래 방류 원칙(☞관련기사 보기: 비봉이를 위한 방류 맞나요)에 맞지 않고, 야생 부적응 시 재포획 방법 등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류한 것이 드러나 우려가 큰 상황이다.

"불완전한 방류로 이전 성공 방류 퇴색시켜"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돼 퍼시픽리솜에서 17년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돼 퍼시픽리솜에서 17년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로즈는 "한국은 그동안 다섯 마리의 방류를 성공했지만, 두 마리(금등이와 대포)는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비봉이 방류는 (돌고래 포획 당시 나이, 수족관 생활 기간 등을 볼 때) 금등이와 대포 방류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모니터링과 재포획 계획 없는 '불완전한'(incomplete) 방류를 함으로써 이전 성공 방류 사례를 퇴색시키고 있다"며 "이점이 매우 슬프다"고 덧붙였다.

로즈는 또 국내 방류기술위원회와 관련 동물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11일 비봉이 방류 절차와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기술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가두리 내 생먹이 포획 능력이 야생에서의 먹이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해양수산부 제공

제주도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해양수산부 제공

이와 관련 로즈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과거 가두리 내에서 생먹이를 먹었던 돌고래들 모두가 야생에서 먹이를 찾는 방법을 알았던 건 아니다"라며 "일부는 해안가에서 먹이를 구걸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방류된 돌고래가 그물망 안에 있는 활어를 먹으려다 걸려 좌초된 후 죽은 비극적 사례도 있다"며 "가두리 내에서 생먹이를 잡아먹었다는 사실이 방류 성공에 있어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또 로즈가 이전 방류 사례를 통해 "돌고래가 10년 이상 수족관 생활을 했다면 야생의 기억이 희미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해외 돌고래 방류 대상은 연안정착성인 남방큰돌고래가 아니라 주로 대양성인 큰돌고래라 비봉이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즈는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는 매우 비슷하다"며 “큰돌고래 역시 연안회유성인 경우가 많다. 대양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종이 있지만 이는 연안회유성 큰돌고래의 아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포획 방법 마련은 인간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

방류되기 전 수족관에 있던 비봉이. 해양수산부 제공

방류되기 전 수족관에 있던 비봉이. 해양수산부 제공

로즈는 "문제는 비봉이가 어릴 때(3~6세) 포획됐고, 수족관 생활이 길다(17년)는 점"이라며 "이는 방류 성공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에 비봉이가 적응하지 못할 경우 포획할 방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간의 행동 때문에 비봉이가 고통을 겪거나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로즈는 또 비봉이의 체중이 줄어든 사실도 우려했다. 그는 "체중 감소는 방류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 방류 전까지 적절한 체중과 건강한 지표를 보여주는 게 이상적"이라며 "체중이 줄어든 상태에서 방류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해양방류 계획과 향후 해양동물복지 개선대책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해양방류 계획과 향후 해양동물복지 개선대책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로즈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봉이 방류 후 모니터링과 비봉이의 야생 부적응 시 재포획 방법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모니터링에는 시민들이 비봉이를 목격한 다음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등을 알리는 것도 포함된다. 그는 "비봉이가 다른 야생 돌고래들과 함께 어울린다면 다시 포획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비봉이가 사라진다면 그건 성공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주 지역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가 적고, 사람들에 의해 자주 목격되는 만큼 사라졌다는 것은 죽었을 가능성이 큰 것을 의미하며, 이는 성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즈는 마지막으로 "비봉이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며 "다만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이 (비봉이 방류를 하면서) 이전 성공 방류 사례를 따르지 않고 있어 매우 슬프다"고 재차 전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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