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본사 로비·옥상 점거 뒤 농성 돌입
노조 "하이트진로가 직접 협상 나서라"
사측 "협상 상대 수양물류... 불법 점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점거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5개월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16일 끝내 사측 본사를 점거했다. 하이트진로가 운송료 현실화 등 노조 요구를 놓고 직접 협상에 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화물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하지 않았다”며 교섭을 거부해 농성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화물연대 조합원 70여 명은 이날 오전 6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1층과 옥상을 기습 점거했다. 10여 명의 조합원은 옥상에 설치된 광고판 등에 ‘노조탄압 분쇄,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 철회 전원 복직’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대형 현수막 3개를 내걸었다. 조합원들은 오전 한때 1층 현관을 봉쇄하고 본사 직원들과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사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했고, 경찰은 300여 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화물연대는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 130여 명이 해고됐고, 농성을 이유로 75명이 연행됐다”면서 “28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낸 것도 모자라 노동자 자택과 차량에 가압류를 걸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ㆍ충북 청주 공장의 화물운송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은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후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6월부터는 공장 앞에서 본격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은 파업 참가 조합원 132명을 계약해지하는 동시에, 조합원 12명에게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주까지 11차례 진행된 노사 교섭도 불발돼 본사 점거라는 ‘끝장’ 농성이 불가피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농성은 명백한 불법 무단 점거”라며 “노조의 대화 파트너는 수양물류인 만큼, 공권력 개입을 적극 요청하겠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직접 교섭 요구를 일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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