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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일본, 힘 합쳐 나갈 이웃"…강제동원·위안부는 언급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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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일본, 힘 합쳐 나갈 이웃"…강제동원·위안부는 언급 안 해

입력
2022.08.15 17:30
수정
2022.08.15 17:3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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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양국 협력 분리하는 '투 트랙 접근'
이용수 할머니 "역사, 위안부 한마디 없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 재차 강조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 삼창을 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 삼창을 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과거사와 양국 협력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접근에 따른 것이다. 과거사 해결을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못 박았던 문재인 정부와 온도 차가 크다. 일본을 질타하기는커녕 양국의 민감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위안부 문제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사를 먼저 풀어야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협력 과정에서 과거사의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래'에 방점… 文정부와 다른 길 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 대통령의 이날 한일관계 구상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이 찍혔다. 일본을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했던 대상”에서 “세계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지 77년이 흐른 만큼, 과거사에 얽매이기보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갈수록 밀착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3각 대립구도가 고착화하는 만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의 협력이 더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언급하며 과거사 해결을 강조한 문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도 대비된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74주년 경축사에선 “일본이 이웃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경종을 울렸고, 이듬해에는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우호와 미래 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수 할머니 "광복절인데 역사·위안부 한마디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3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각국 '위안부' 생존자 및 단체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공개서한 발송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3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각국 '위안부' 생존자 및 단체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공개서한 발송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과 달리 경축사에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건 한계로 꼽힌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어떻게 광복절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은 역사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말씀은 한마디도 없으신가”라고 비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이 과거 후보자 시절부터 강조한 대일외교, 한일관계 방향성은 변함없이 보여줬지만 광복절 의미를 생각할 때 일본의 과거 반성이나 책임, 피해자들에게 대한 메시지도 중요한데 그런 부분이 빠져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발언 수위를 낮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주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미쓰비시의 재항고를 기각할 경우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현금으로 배상하는 절차가 시작된다. 일본의 극렬한 반발에 비추어 볼 때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법원의 심리 프로세스에 대해 행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시다 야스쿠니 공물 봉납... 대통령실 "사전에 설명"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 황궁에서의 신임 각료진 인증식을 마치고 총리 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 황궁에서의 신임 각료진 인증식을 마치고 총리 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강조해 온 것이다. 앞서 친서를 통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도 같은 뜻을 전했지만 일본은 별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본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도 불구, 기시다 총리는 이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또 일부 각료는 직접 신사를 참배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전에 우리 측에 설명해왔고,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는 선에서 여러 고민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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