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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달로 가는 길

입력
2022.08.15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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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다누리는 넉 달이 넘는 긴 여정을 거쳐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한다.

탐사선이 지구에서 출발해 달에 가는 길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빨리 직진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달과 지구 사이의 궤도를 여러 번 돌다가 근지점을 점점 더 달에 가깝게 해서 달의 중력에 포획되어 달 궤도에 안착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이 두 가지 방법이 가장 많이 선택된다. 그런데 이보다 한참 멀리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길도 있다. 태양-지구 사이의 중력안정점인 '라그랑지안 지점'(L1)까지 갔다가 다시 지구 주변으로 돌아오는 방법이다. 이렇게 다양한 달에 가는 경로 중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각 나라의 우주탐사 미션 운영 경험과 발사체의 성능, 위성체 추력기의 성능, 과학 임무 등에 의해서 종합적으로 결정된다.

원래 다누리는 이 중 두 번째 방법인 위상 전이 방식으로 달에 갈 예정이었다. 지구에서 달까지 직진으로 가면 3~6일이 걸리지만, 위상 전이 방식을 택하면 한 달에 걸쳐 달에 가야 한다. 그런데 다누리의 개발 과정에서 위성체의 중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임무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위성체의 무게가 늘어남에 따라, 당초 100㎞ 고도의 원 궤도에서 1년 동안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었던 것이, 근월점에서 고도 100㎞, 원월점에서 고도 300㎞의 타원 궤도에서 9개월의 임무를 수행한 후에 100㎞ 원 궤도에서 3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바뀔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당초 설계했던 과학임무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웠다. 위성체의 무게는 늘어났지만, 연료량은 정해져 있어서, 임무 궤도를 유지하는 데 사용할 연료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누리는 보다 적은 연료로 달에 가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바로 탄도형 달 전이 방식이다. 우주 내 탐사선이 지구나 태양 등 주변에 있는 중력이 강한 행성을 도움닫기 삼아 다른 행성까지 연료를 절약하면서 이동하는 것을 중력도움(스윙바이)이라고 한다. 이번에 다누리도 이런 방식을 이용해서, 달까지 직접 가는 대신에 지구와 태양 사이 중력 안정점인 L1까지 갔다가 다시 지구 방향으로 돌아오는 먼 비행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앞의 두 가지 방법보다 시간은 좀 오래 걸리지만, 연료를 25%나 아낄 수 있다. 다누리는 4.5개월의 긴 비행을 하고 올해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최종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에는 올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도달할 예정이고, 이후로 1년 동안 6종의 과학 탑재체가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달에 가게 되면, 지구로부터 최대 150만㎞까지 멀어지게 되며, 이는 우리나라의 탐사선이 지금까지 우주에서 가 본 거리 중 가장 멀리까지 나간 궤도가 된다. 이렇게 멀리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탐사선과 지구의 지상국 간 통신이 매우 중요하며, 이때 지상 안테나의 사양도 굉장히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서 경기도 여주에 심우주 탐사를 위한 안테나를 만들었다. 안테나 접시의 크기는 지름 35m이며, 높이 42.7m, 무게 709.55톤의 규모다. 다누리는 현재 이 안테나와 미국의 심우주 네트워크 시스템(DSN)을 함께 이용해서 통신하고 있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지상에서 우주의 한 지점과 계속해서 통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나사(NASA)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스페인의 마드리드, 호주의 캔버라, 3개 지역에 대형 안테나를 구축해서 심우주 통신을 하고 있다. 다누리 덕분에 구축된 우리나라의 심우주 지상 시스템은 앞으로 우리나라 심우주 탐사의 등대가 되어 줌과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우주탐사 운영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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