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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어떻게 이겼나 다시 생각해보라

입력
2022.08.15 0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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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근소한 격차로 대선승리 안겨준 민심
대통령과 측근들, 벌써 잊은 듯 행동
이대로 가면 지지층마저 외면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에드워드 마키 미 상원을 환영하기 위해 집무실 입구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에드워드 마키 미 상원을 환영하기 위해 집무실 입구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특별한 외적 변수가 없었음에도, 취임 100일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는 폭락을 거듭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앞으로의 5년에 대해 걱정과 의구심을 갖게 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여권 성향 매체들이 대통령을 향해 훈수를 두느라 분주할 정도다. 언론매체가 정책이나 인사문제 아닌 대통령 본인을 향해 이래라저래나 훈수를 두는 것도 사실 정상은 아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렇게 높아진 데는 부실한 인사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엔 본인의 문제점이 드러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겠다. 거기에다 학위논문 등 부인을 둘러싼 논란이 대통령과 정권에 매우 나쁘게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과 측근들이 지난 대선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윤 대통령은 근소한 표 차이로 당선됐는데, 앞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생각한다면, 냉정히 말해 경쟁력 높은 대선 후보였다고 보긴 어려웠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단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에 더 이상 정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다수 국민의 뜻이었다. 근소한 표 차이로 정권 교체를 가져다 준 이러한 민심을 훨씬 무겁게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이후 대통령과 측근들의 행보는 그렇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다. 과거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선거가 끝나면 통상 그런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논란 대상인 사안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일단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선된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고 자신의 취약한 면모가 확대되지 않도록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에서 봐도 참모와 각료들은 전반적으로 수준 이하였고, 도무지 정부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진용으로 보이지 않았다.

과거 대통령이 실패한 원인 중의 하나로 뽑았던 것이 청와대의 독특한 구조였는데, 윤 대통령이 그런 청와대에서 과감하게 벗어났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참모들이 있는 건물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과 참모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대통령은 독선과 불통에 빠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청와대 시대'를 끝낸다고 할 때, 그것이 비록 성급할 지라도 청와대 속에 숨어서 통치하는 과거 패턴을 드디어 끝내는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탈청와대'는 결과적으로 또 다른 형태의 리스크로 이어졌다. 대통령은 매일 아침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청와대를 거부한 윤 대통령은 자택을 나와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많은 언론은 그것을 '도어스테핑'이니 뭐니 하며 치켜세웠지만, 준비 안 된 메시지는 허술할뿐더러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 대통령은 본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하고 파급력이 있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과연 윤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해서 어떤 큰일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아니면 지난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의 최소한의 여망을 받들어,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정책을 원상회복하는 정도로 목표를 낮추어 잡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한다면 지지층마저 이탈하는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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