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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경제학?… 광복절 사면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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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경제학?… 광복절 사면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 총수

입력
2022.08.13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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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민생과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반복
1987년 이후 특사 48회 중 광복절 특사 14회
유죄 선고 일주일만에 사면에 법치주의 무색
"경제인 사면 효과 있는지 실체적 검증 필요해"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36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36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취임 후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사' 대상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선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과 공직자는 모두 배제했지만, '민생'과 '경제회복'을 거론하며 대기업 총수들은 포함시켰다.

1987년 이후 14번 단행된 '8·15 광복절 특사'···경제인들에게 '빅 이벤트'일까

역대 정부는 국민통합과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권을 행사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까지 특별사면을 행사한 횟수는 총 48회에 달한다. 이 중 '8·15 광복절 특사'는 14회(29.1%) 단행됐다. 특별사면은 △대통령 취임기념 △석가탄신일 △성탄절∙신년 △3∙1절 등에 단행됐지만, '광복절 특사'가 가장 많았다.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선 경제인들을 대거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영삼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등을 사면·복권했다. 김우중 회장은 한전 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형이 확정된 지 일주일 만에 사면돼 논란이 됐다. 당시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활동에 상당한 위축을 느끼고,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돼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김대중 대통령은 광복절에는 경제인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았지만, 임기 말 외환위기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을 사면해 비판을 받았다.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 특사로 400만 명 이상을 사면하는 등 가장 큰 규모로 단행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을 특사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명박 정부에선 광복절 특사를 통해 경제인들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2008년 광복절 특사)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인주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2010년 광복절 특사) 등을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사면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원포인트 사면'을 단행하기도 했다.

12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8·15 광복절 특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연합뉴스

12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8·15 광복절 특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연합뉴스

임기 중 세 차례 특별사면 중 두 차례를 광복절 특사로 단행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이듬해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사면·복권시켰다. 이재현 회장의 경우 횡령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재상고를 포기한 뒤 특사로 풀려나 재벌 특혜 논란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에선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 사면 배제 원칙을 내세워 경제인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광복절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가석방됐다.

공익창출 특사 vs 유전무죄형 특사···사면 효과 살펴봐야 할 시점

정부가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대기업 총수를 사면 대상자로 정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사면의 경제학'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최태원 회장은 2015년 사면 직후 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4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재현 회장도 특사로 풀려난 뒤 공격적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재용 부회장 역시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경제인 사면이 공정과 상식에 반할 뿐 아니라, '유전무죄' 인식만 각인시킬 뿐이라고 비판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사면은 정치논리에 따른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착시에 불과하다"며 "사익편취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들을 쉽게 사면·복권하는 것은 범죄를 조장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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