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공모 냈으나 지원 의사 없어 무산
연봉 4억으로 올린 재공고에도 지원자 1명
"급여 인상으론 한계… 근무 환경 개선해야"
지역 공공의료기관인 경기 성남시의료원이 의사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연봉으로 3억 원을 넘게 지급하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지만, 업무 과중 등 이유로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성남시의료원은 4월 26일과 5월 19일 두 차례 의사직 5명(순환기내과 3명, 안과 2명) 채용 모집 공모를 냈지만, 의사 면허 소지자가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해당 과목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라는 조건과 함께 2억 5,000만~3억 5,000만 원(세전)의 보수를 제시했으나 응시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봉은 순환기내과 3억~3억5,000만 원, 안과 2억5,000만~2억7,000만 원이었다.
시의료원이 제시한 보수는 전국 의사 연평균 소득인 2억3,000만 원(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보다 높고, 대형 대학병원 의사와 견줘도 적지 않다는 게 시의료원 측 설명이다.
이처럼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자, 시의료원은 지난달 20일 의사 4명을 임용하는 공고를 다시 냈다. 특히 두 차례 공모를 통해 의사를 뽑지 못한 순환기내과의 경우, 채용인원을 1명으로 줄이면서 연봉을 4억 원까지 올리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에도 지원자는 단 1명으로 알려졌다. 연봉을 5,000만 원 올리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인기가 없었던 셈이다.
비인기 진료 분야의 의사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의료원은 전체 24개 진료과(의사 69명) 중 순환기내과와 안과, 한의과, 직업환경의학과 등 6개 과에서 전문의를 뽑지 못해 운영 자체를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시의료원 지원을 기피하는 데는 업무 과중 문제가 결정적이다. 시의료원은 개원(2020년 7월)한 지 2년밖에 안 돼, 아직 전공의(수련의사) 수련 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했다.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는 전공의도 없이 전문의 혼자 응급실 당직부터 진료와 수술까지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시의료원 관계자는 "의사들이 높은 보수보다 근무 환경에 더 많이 주안점을 두고 있어 임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의료원 노조도 급여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노조 관계자는 “인건비 증가로만으로는 우수한 의료진을 채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근무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이중의 의료원장이 ‘고압산소치료기 사적 사용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대외적인 이미지가 떨어진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 시의료원 의사노동조합은 11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현 경영진에게 의료원의 경영과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현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시의료원 운영 주체인 성남시도 의사 인력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대학병원에 운영을 맡겨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롤모델로 서울시가 서울대병원에 위탁한 서울 보라매병원 사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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