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클로바노트'에 AI 요약 기능 추가
전화 인터뷰, 기자 회견 등 녹음 파일 시험해보니
전체 맥락 이해하고 중요 부분 요약 수준급
디테일 놓치거나 기자와 다른 판단하기도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음성기록 앱 '클로바노트'는 누군가 매일 통화를 하고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받아 적어야 하는 기자에게 필수 앱이다. 30분 통화를 마치고 30분 동안의 통화 내역을 직접 타이핑해야 하는 '귀찮은' 업무를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옮겨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앱은 지난해 8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의 대화록을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할 때 클로바노트 화면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가 270만에 이르고 있다.
11일 이런 클로바노트에 환영할 만한 기능이 추가됐다. 바로 AI 요약 기능이다. 이 기능은 AI가 대화 주제별로 구간을 나누고, 핵심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서 제공한다. 회사 측은 AI가 전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중요하다고 판단한 문장만 뽑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요 정당을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들은 국회에서 열리는 수많은 회의를 쫓아다니면서 받아 적고, 그중 중요한 내용만 뽑아 정리하는데 그런 일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가능할까 궁금증이 생겼다. AI가 사람처럼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아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니.
그동안 취재 과정에서 녹음했던 음성 파일 세 건을 클로바노트를 통해 요약해봤다. 기자가 봤을 때 중요한 내용을 AI도 알아차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AI 요약 기능도 쏠쏠하게 사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화 인터뷰, 야외 기자회견 모두 맥락 파악하고 요약
①5월 베트남 해외 개발자를 국내에 소개해 주는 스타트업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 파일을 적용해봤다. AI는 32분 통화 내용을 12줄로 줄여 줬다. '해외 개발자를 국내 기업에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개발자를 빠르게 채용할 수 있음', '베트남 회사의 개발자들의 처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 '개발자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음' 등 대화의 핵심 부분을 파악해 보여줬다. 또 어느 시간에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도 알려줘 구체적 멘트도 파악할 수 있었다. 참가자가 했던 말을 요약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해당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요약해 보여주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다음으로는 ②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는 간담회 현장을 시험해봤다. 2월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열린 노동조합 시위 현장 녹음 파일이다. 야외에서 열린 만큼 녹음 품질이 좋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노동조합법 45조 조정전치주의라고 해서 노조의 쟁의 행위 이전에 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함. 노동조합은 이번 조정을 신청했음. 사측의 대응은 굉장히 실망스러웠음'처럼 전문적인 내용도 이해하고 요약했다. '임금교섭 최종안'을 '임금교섭 주장관'으로 잘못 적기도 했다. 다만 직접 녹음 파일을 확인해보니 기자가 들어도 해당 발언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③6월 반도체 관련 전공 교수와 나눈 통화 내용도 요약해봤다. 기자회견과 달리 여러 주제를 두고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대화인 만큼 AI는 완성도가 떨어진 결과물을 냈다. AI가 전체 맥락은 파악했으나, 기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기사에 써야 할 디테일은 놓쳤다. '삼성이 기술적으로 TSMC보다 앞서 있다는 걸 보여줘야함'이라고 요약했지만,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3나노미터 반도체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내용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 주제를 말하는 데 걸린 시간을 알려줘 구체적인 내용은 AI가 만들어 준 녹취록을 보고 확인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본-요약본 학습시켜 요약 방법 익혀"
클로바노트가 이처럼 만족할 만한 요약 기능을 보여줄 수 있었던 배경엔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가 있다. 초거대 AI는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를 말한다. 알파고가 바둑에 특화된 AI라면 초거대 AI는 투입하는 데이터에 따라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초거대 AI를 선보이는 상황이다. 이 중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한국어 데이터를 가장 많이 학습한, 한국어에 최적화한 초거대 AI를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요약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하이퍼클로바에 관련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기존에는 음성 파일 속 발언을 텍스트로 정확하게 바꾸기 위해 음성 파일과 사람이 직접 받아 적은 텍스트를 한쌍으로 AI로 하여금 공부하게 했다. 여기에 해당 텍스트를 요약한 데이터도 함께 익히게 했다. 즉, AI에 원본과 요약본을 주고 어떻게 요약하는지 스스로 깨우치도록 한 셈이다.
현재는 베타 테스트 기간으로 AI 요약 기능이 이용자당 다달이 10회로 제한을 뒀다. AI를 구동하는 데 쓰이는 트래픽이나 AI의 정확도 등을 감안한 조치다. 대상 언어도 한국어만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 AI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횟수 제한이나 지원 언어도 늘어날 예정이다.
한익상 네이버 책임리더는 "AI 요약 기능은 클로바노트가 음성녹취 서비스에서 진정한 회의록 관리 서비스로 발전하는 첫 단계"라면서 "앞으로 AI 요약 모델을 계속 고도화하는 한편, 코멘트 작성, 작업 관리, 공동 편집, 그룹 공유 등 업무 협업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확대해 더욱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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