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 40주년 대담집 '영화의 길' 내
"1970년대부터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의 변화, 감독들의 의식 변화 등 제가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 불리며 1980년대 한국 영화계를 대표했던 배창호(69) 감독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책 '배창호의 영화의 길'을 내고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책은 대담으로 배 감독의 영화 인생을 풀어낸다. '마차 타고 고래고래'(2016)의 안재석(영화학 박사) 감독이 묻고 배 감독이 대답한 내용을 글로 옮겼다. 1953년 태어나 서울 성수동에서 보낸 유년기,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현대종합상사 케냐 지사에서 일하며 영화의 꿈을 키웠던 시기, '꼬방동네 사람들'(1982)로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고, '적도의 꽃'(1983),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5) 등으로 충무로 최고 흥행술사가 됐던 시절, '황진이'(1986)를 기점으로 새로운 영화 세계를 탐색했던 일 등이 담겨 있다. 배 감독은 "이 시대에 제가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생각,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영화적 체험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책 출간 동기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의미가 광범해지는 시대, 독자들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도 했다.
배 감독은 '여행'(2010)까지 장편영화 18편을 연출했다. '고래사냥'과 '깊고 푸른 밤' 등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적이 있고, '황진이'와 '안녕하세요 하나님'(1987)처럼 관객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는 "(최근 옛 영화들을) 디지털 변환하는 작업을 하면서 (장면을) 잘라내고 싶은 때가 많았지만 꾹꾹 참았다"며 "그래도 그때 제 수준, 제 실력에선 최선을 다해서 찍은 영화들"이라고 돌아봤다. 배 감독은 "그 시절의 그것(영화)으로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당시로 꼭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배 감독이 전성기를 보냈던 시절은 '방화'라 불리며 한국 영화가 홀대받던 시기다. 사회적 시선, 제작 여건, 자본력, 기술력 등이 지금과 크게 달랐다. 배 감독은 "요즘 감독들 작품을 보면 정말 놀랍다"며 "추진력과 상상력, 형상화 능력, 현장 지휘력, 기술 통제 능력 등이 대단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재능 있고 실력 있는데 너무 자본에 매어 있고 흥행 압박감이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고도 했다.
배 감독은 한국 영화가 세계로부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선 "반가운 일로 더 다양한 영화가 소개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며 "이장호, 이만희, 김수용, 신상옥 등 선배 감독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어도 "세계 무대를 겨냥해서 만들겠다고 하면 참 잘못된 생각"이라며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게 만들고 국내에서 먼저 인정받아 그 (평가의) 물이 넘쳐 바깥으로 흘러야 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고희가 코앞이나 배 감독은 여전히 차기작을 꿈꾼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7년 전 시나리오 초고를 마무리할 무렵 '이걸 과연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책감과 두려움으로 고통스러웠고 힘든 일(2015년 지하철로 실족 사건)을 겪었습니다. 결국 믿음으로 돌아왔고 언제든 연출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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