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이 과거 '사드 1한(限)'도 선언"
칩4 관련 "한국이 신중 판단하길" 우려
박진 "한국이 오히려 가교 역할" 설득
‘최악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진행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회담 총평은 이렇게 요약된다. 박 장관의 방중 타이밍은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정부가 ‘칩4’(한국ㆍ미국ㆍ일본ㆍ대만)로 불리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예비회의 참석을 결정한 직후이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이후라서다. 설상가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ㆍ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ㆍ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 논란도 재점화됐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만찬까지 포함해 300분간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애초 예상보다 2시간을 더 만난 것이다. 양국 이해가 갈리는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는 의미다. 면전에서 낯을 붉힌다거나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돌발 상황도 없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회담 다음 날인 10일 "과거 한국 정부가 사드 3불에 이어 1한(限) 정책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박진 "사드, 한중관계 전부 돼선 안 된다" 했지만...
박 장관은 이날 오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측에 사드는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히 밝히고 ‘3불’도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사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 장관은 회담에서 “사드가 한중관계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되고, 전임 정부에서 사드 협상에 나선 분들로부터 ‘3불은 합의나 약속이 아니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점을 중국에 상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이 오후에 갑자기 '1한'을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꼬였다. '사드 3불'을 무마시키려다 이미 배치된 사드의 정상 운용마저 차질을 빚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사드 '3불 1한'을 정식 선서했다는 중국 측 주장은 이전 정부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것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우리 정부는 사드가 북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자위적 방위수단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칩4, 한국이 오히려 가교역할 할 수 있다"
또 다른 뇌관인 칩4와 관련해 중국 측은 “한국이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장관은 “중국과 촘촘히 연결된 교역구조를 감안할 때 한국이 오히려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이 합류하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2016년 중국이 사드 보복 차원에서 내린 한한령(중국 내 한류금지령) 해제도 거론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박 장관이 “보이지 않는 빗장을 풀고 문화콘텐츠 교류의 문을 크게 열어 주길 바란다”고 했으나, 중국 측은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응수했다고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중국은 "자국 내 한한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뇌관으로 남은 현안들은 앞으로 양국 외교ㆍ국방(2+2) 차관급 대화에서 추가로 논의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이날 “양국 간 외교안보 분야 전략적 소통을 위해서 2+2 외교·국방 차관급 대화를 연내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3년 시작된 국장급 2+2 대화를 차관급으로 격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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