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박지환의 연기 변신
'한산: 용의 출현'이 가진 선한 영향력
연기 변신은 배우에게도, 작품 측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많은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일수록 기존에 쌓아왔던 이미지를 털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악역 전문 배우, 로맨스의 여왕, 명품 아역 등의 수식어는 맡은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훈장인 동시에 족쇄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애국심을 높였다는 점 외에도 몇몇 배우들의 재발견을 도왔다는 면에서 의미를 갖고 있다. 김향기와 박지환은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인 배우들이다.
김향기는 와키자카의 최측근으로 잠입한 첩자 정보름을 연기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마음이…'를 통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대지만 아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에 기생 첩보원 정보름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김한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김향기 매니지먼트 회사에 기생 첩보원 역할로 쓰고 싶다고 했다. '향기가 기생 같은 걸 어떻게 하느냐'며 난색을 표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향기는 '한산: 용의 출현'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고 정보름 역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이전 작품들 속 그에게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성숙한 분위기와 카리스마를 담아냈다. 김향기는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아역 이미지를 벗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 작품의 출연자 중 한 명인 박지환은 악역 전문 배우로 불리곤 했다. 그에겐 이와 관련된 아픔이 있었다. 박지환은 지난해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체호프의 '갈매기'를 읽으면 주인공 마음에 동화되지 않으냐. 그런데 무대에서 한 번도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영화를 할 때도 사람들이 '깡패만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내 청춘이 불쌍했고 27세 때 내가 햄릿을 할 수 없는 배우라는 걸 인정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장군, 삼촌,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지환이 '한산: 용의 출현'에서 맡은 역할은 조선의 운명이 달린 거북선을 설계한 장수 나대용이다. 작품 속 박지환은 이순신(박해일) 장군을 도우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지환과 관련해 "정말 멋져 보였다" "진지한 연기도 너무 좋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산: 용의 출현'은 박지환이 지닌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영화 마니아들에게 알렸다.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통해 짜릿함을 안긴 '한산: 용의 출현'은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 배우들에겐 이미지 변신의 기쁨을 선사했다.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들이 앞으로 펼칠 활약에도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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