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협상 포인트는 '인상 폭 최소화'
철강업계가 하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조선용 후판에 비해 인상 폭이 현저히 떨어졌던 강판 가격을 현실화해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겠단 이유에서다. 강판 가격이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완성차 업계는 인상 폭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반기 자동차 강판값을 올리겠단 의지 속에 완성차 업계와 하반기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의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은 최근 2분기 콘퍼런스콜(실적발표회)을 통해 공식화됐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과 김원배 현대제철 열연·냉연사업부장 모두 콘퍼런스콜에서 완성차 업계로 납품하는 강판 가격을 인상하겠단 뜻을 분명히 하면서다.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음에도 철강업계가 강판 가격 인상을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지금까지 자동차 강판 가격이 선박용 후판 등 다른 철강재 가격보다 현저히 덜 올랐단 점 ②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원재료·철강 제품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하반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단 점이다. 상반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자동차 강판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단 판단 아래, 하반기 가격을 더 올려 실적 우려를 덜겠단 게 철강업계 계산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던 선박용 후판 가격에 비해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폭이 적었던 건 사실이다. 자동차 강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톤(t)당 5만 원, 12만 원 인상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5만 원 더 올랐는데, 같은 기간 조선용 후판 가격은 t당 10만 원, 40만 원, 10만 원 올랐다. 선박용 후판이 60만 원 오를 때 자동차 강판은 32만 원 올랐단 얘기다. 업계에서 하반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은 인상이 유력하고, 선박용 후판 가격은 동결 또는 소폭 인하가 유력하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성차 업계도 일단 강판 가격 인상 결정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단 분위기다. 다만 인상 폭이 너무 클 경우 원가 부담이 소비자에게도 상당 부분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인상 폭 최소화'를 협상 포인트로 둔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승용차 한 대당 보통 1t 정도의 강판이 들어가기 때문에, 강판 가격 상승폭이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강판값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완성차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우리로서도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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