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3전4기 끝에 두 자릿수 승리와 홈런을 달성했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 베이브 루스가 1918년에 작성한 이후 104년 만에 처음 나온 대기록이다.
오타니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링센트럴 콜리세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자로도 2번 타순에서 시즌 25호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로 맹활약했다. 팀이 5-1로 승리하면서 오타니는 10승(7패)을 수확했다. 이로써 10승-25홈런을 기록한 오타니는 1918년 10승-13홈런을 찍은 루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14일 휴스턴전(6이닝 1실점)에서 시즌 9승을 달성한 이후 세 차례 등판에서 모두 패전을 떠안으며 아홉수에 시달렸다. 9승 이후 첫 번째 등판 경기였던 23일 애틀랜타전를 상대로 6.1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고, 29일 텍사스전에서는 8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이달 4일 오클랜드전에서도 5.2이닝 3실점(2자책)으로 시즌 7패를 기록했다.
투타 분업이 철저하게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 10(승)-10(홈런)은 불가능한 기록으로 여겨졌지만 야구 천재 오타니에게 한계는 없었다.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첫해부터 투타 겸업을 했다. 타자로는 2018시즌 22홈런, 2019시즌 18홈런을 터뜨리며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투수로는 첫 시즌 4승2패를 기록한 뒤 2019년 개점 휴업했다. 지난해에는 타자로 46홈런 100타점, 투수로 9승2패로 10-10을 아쉽게 놓쳤지만 올해 마침내 대업을 이뤘다.
이날 오타니는 3회와 4회 2사 이후에 1·2루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실점 없이 마쳤다. 5회에도 2사 후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고, 6회에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지난 세 번의 오타니 선발 등판 경기에서 1득점에 그쳐 힘을 못 썼던 에이절스 타선은 이날 모처럼 지원 사격을 했다. 3회 스티븐 더거의 3루타와 데이비드 플레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고, 5회에는 테일러 워드가 3점 홈런을 날려 오타니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7회에는 오타니가 선두 타자로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려 쐐기를 박았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통산 118홈런을 쏘아올려, 스즈키 이치로를 넘어 메이저리그 일본 타자 역대 두 번째 최다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일본인 역대 최다 홈런은 마쓰이 히데키의 175개다.
오타니가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에인절스 불펜진은 오타니의 10승을 지켰다. 7회 이후 등판한 지미 허겟과 호세 키하다가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팀의 5-1 승리를 책임졌다.
오타니는 경기 후 "대단한 선수의 이름과 함께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좋은 투구를 하고 있으면 반드시 10승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104년 만의 대기록에 대해서는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며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뛰는 선수가 늘어나면 평범한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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