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가려진 얼굴 2년 지나도 기억... 믿기 어려워"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구매자들과 친분이 없는 데다 마스크까지 쓰고 나온 판매자의 인상 착의를 2년이 지났는데도 기억하고 있다는 진술은 믿기 어렵다는 취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김택성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3월 B씨 등에게 100여만 원을 받고 필로폰을 3회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B씨 등이 실제 필로폰을 구매했고 △연결책이 B씨에게 알려준 A씨 전화번호와 B씨가 필로폰 구매를 위해 접촉한 전화번호가 일치하는 사실을 토대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검찰 주장대로 A씨가 필로폰을 팔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범인이라고 단정지을 만큼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특히 "A씨가 판매자"라는 구매자들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판매자는 당시 마스크를 쓰고 나와 얼굴이 일부분 가려져 있었고 구매자들과 만난 시간도 짧았다"며 "판매자와 안면도 없던 구매자들이 2년이 지났는데도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씨가 연락한 전화번호를 A씨가 쓰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B씨가 해당 전화번호 주인으로 A씨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칭한 문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B씨는 "A씨가 이름을 2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진술 일관성이 없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오히려 연결책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결책이 이번 사건을 포함한 마약 거래 범죄에 다수 연루돼 있기 때문에 다른 공급책 내지 공범들의 죄를 숨겨주기 위해 A씨에게 책임을 전가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부장판사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이 없다면 유죄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