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때 피폭... 70년 후에 밝혀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 때도 역할
세계적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지난 5일 암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84세. 미야케는 삼각형 무늬의 바오바오 백과 스티브 잡스가 입은 검은색 터틀넥 등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1938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 다마미술대를 졸업한 뒤 1965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기라로쉬, 지방시 등 유명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배우고 함께 일했다. 1969년에는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 제프리 빈 밑에서 일했으며 1970년 도쿄로 돌아와 미야케 디자인 사무소를 설립했다.
그는 일본 전통 의상에서 착안해 1장의 천으로 만든 혁신적인 여성복을 선보였다. 1993년에 발표된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는 세밀한 주름이 있어 체형과 관계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미야케가 만든 여성 가방 브랜드인 '바오바오'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삼각형 모양의 반짝이는 소재를 결합해 이어붙여 만든 가방으로, 넣는 물건에 따라 가방의 형태가 바뀐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를 수백 장 만들어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핵 폐기를 호소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감명을 받아 미국 뉴욕타임즈에 기고하며 그동안 거의 말한 적 없었던 자신의 피폭 체험을 밝혔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으로 피폭된 미야케는 생전에 피폭 체험을 말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이고 윤리적 책무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요청했고,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일본 정부는 미야케 사무소가 디자인한 손목시계와 만년필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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