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기후변화-전염병 확산 상관관계 분석
"기후, 건강에도 광범위한 영향 끼쳐"
기후 재앙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홍수, 폭염, 가뭄 등 이상 기후의 증상이 인간 감염병의 58%를 더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위기가 지구의 환경만 해치는 게 아니라 인류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얘기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실린 미국 하와이대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학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논문에 따르면 기상 이변은 말라리아, 한타바이러스, 콜레라, 탄저병 등 감염병 375종 중 58%인 218종을 이전보다 더 확산시켰다. 병들거나 아픈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폭우와 홍수는 모기, 쥐, 사슴류 등을 매개로 한 병원균이 인간에게 더 빨리 옮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해산물을 쉽게 상하게 하는 해수온도 상승과 폭염은 식중독 위험을 높인다. 가뭄이 지속되면 박쥐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더 잘 전파된다. 기상 이변이 바이러스의 위력을 더 키운다는 의미다.
기후 위기는 돌발적 방식으로 인간을 병들게 하기도 한다. 2017년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수십년 전 탄저균으로 죽은 순록 사체가 드러났는데, 순록 사체를 만진 아이가 감염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상 기후는 코로나19의 확산세도 쥐락펴락했다. 빈민가에 폭염이 닥치면 주민들이 좀더 시원한 곳을 찾아 한곳에 모이면서 감염이 확산됐다. 폭우가 내리면 외출 빈도가 줄어 감염이 억제됐다.
논문 주저자인 하와이대의 기후 전문가 카밀로 모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미 일어난 현상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로 인류가 더 많이 병들고 죽는 것이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문제라는 뜻이다. 에모리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카를로스 델 리오 박사는 "전염병과 미생물학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뿐 아니라 기후 변화라는 변수를 먼저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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