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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감추려 간호기록부 조작한 의사…대법 "면허 취소 사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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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감추려 간호기록부 조작한 의사…대법 "면허 취소 사유 안돼"

입력
2022.08.09 14:40
수정
2022.08.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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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분만지휘'로 태아에 산소공급 늦어져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후유증으로 사망
과실 은폐 위해 간호기록부 조작 제출했지만
"진단서 아닌 사문서 위조로 면허 박탈 안돼"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의사가 산모의 분만 과정을 직접 살피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간호사에게 약물 투여 등을 지시한 사실을 감추려고 문서를 위조했더라도 의사면허를 취소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료법이 정한 의사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산부의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5년 1월 자신의 병원을 찾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카카오톡으로만 간호사에게 여러 차례 분만 촉진제 투여를 지시했다. 태아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3개월 뒤 숨졌다.

신생아가 사망하자 A씨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산모와 태아에게 취한 조처 등을 거짓으로 기록하고, 이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A씨를 사문서 위조 및 행사죄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해 이용한 혐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어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해당 규정은 허위진단서를 작성했을 경우에만 해당할 뿐 사문서 위조와 행사 혐의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8조 제4호에선 의료인이 특정 법률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여기에 형법 233조(허위진단서 작성)와 234조(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포함돼 있어 사문서 위조도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200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낙태, 업무상비밀누설, 보건범죄단속법 등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결격 사유로 범위를 좁힌 취지에 따라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범한 죄는 간호기록부 위조·행사라 보건의료 관련 범행으로 볼 수는 있지만, 입법 미비로 원고승소 판결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재판부는 "별도 입법이 없는 이상 사문서를 위조·행사한 이유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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