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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흥행 참패에 '비상선언'도 주춤...'대목 실종' 여름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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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흥행 참패에 '비상선언'도 주춤...'대목 실종' 여름 극장가

입력
2022.08.0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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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등으로 예전보다 극장 관람 줄어
'재미' 확신 없으면 관람 안 해... '뉴노멀' 확인


“여름 시장이 심상치 않다.” 요즘 영화인들의 공통의 목소리다. 1년 중 극장가 최고 대목인 여름 시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코로나19로 쪼그라들었던 극장 관객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리라는 영화계의 바람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마케팅비 등을 포함해 370억 원 정도가 들어간 '외계+인' 1부는 3주 먼저 개봉한 '헤어질 결심'보다 1일 관객 수가 적을 정도로 관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CJ ENM 제공

마케팅비 등을 포함해 370억 원 정도가 들어간 '외계+인' 1부는 3주 먼저 개봉한 '헤어질 결심'보다 1일 관객 수가 적을 정도로 관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CJ ENM 제공


1,000만 영화 물 건너간 분위기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첫 주말인 5~7일 관객 수는 256만3,223명이었다. 2019년 8월 첫 주말인 2~4일(372만5,759명)과 비교하면 68.8% 수준이다. 극장가에서는 8월 첫 주부터 여름 극성수기가 시작된다고 여긴다.

개별 영화들만 봐도 흥행 수치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 지난달 20일 개봉해 여름 흥행 대전 포문을 열었던 ‘외계+인’ 1부는 7일까지 149만6,937명이 봤다. 7일 관객은 1만1,690명에 불과해 6월 29일 개봉한 ‘헤어질 결심’(1만5,203명)에도 뒤졌다. 누적 관객 수에서도 ‘헤어질 결심’(177만5,050명)을 따라잡기 어렵게 됐다. 순수 제작비만 330억 원이 들어간 영화로선 ‘참패’라고 할 만하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등 초호화 출연진으로 눈길을 끈 ‘비상선언’은 흥행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개봉일(3일)부터 2일 연속 흥행 순위 1위에 올랐으나 지난 5일 ‘한산: 용의 출현’에 선두 자리를 뺏긴 후 주말 내내 2위에 머물렀다. 통상 기대작들이 큰 변수가 없는 한 차지하는 개봉 첫 주말 1위 자리도 놓쳐 맥이 빠진 격이다. ‘비상선언’의 누적 관객 수(139만8,266명) 역시 제작비 260억 원이 들어간 대작치고는 초라하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한산’이 누적 관객 수 459만8,509명으로 여름 대전 승기를 잡긴 했으나, 그렇다고 환히 웃을 상황이 아니다.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으로 눈길을 끄는 ‘헌트’가 10일 개봉해 1일 관객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최종 예상 관객 수는 700만 명가량으로 큰 이익을 남기긴 어렵다. ‘한산’의 극장 관객 기준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 정도다.

‘헌트’는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205억 원짜리 대작이라는 흥행 요소를 지녔음에도 국내에선 대박과는 거리가 먼 첩보물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올해 여름 1,000만 영화 배출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시장 낙관해 대작 4편 릴레이 개봉

'한산: 용의 출현'은 459만 명을 모으며 여름 흥행 대전 승기를 잡았으나 치고 올라가는 기세가 1위답지 않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산: 용의 출현'은 459만 명을 모으며 여름 흥행 대전 승기를 잡았으나 치고 올라가는 기세가 1위답지 않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초 올여름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직후 개봉(5월 18일)한 ‘범죄도시2’가 희망을 키웠다. 코로나19 이후 1,000만 관객을 최초 돌파해 ‘일상’ 회복의 가능성을 보였다. 대작 ‘외계+인’과 ‘한산’ ‘비상선언’ ‘헌트’가 잇따라 여름 시장을 정조준한 이유다.

여름 시장 부진 요인으로는 코로나19로 높아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의존도와 물가 상승(영화관람료 인상 포함)이 꼽힌다. OTT 이용에 익숙한 대중이 극장 관람을 예전보다 덜 하게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머니 사정이 쪼들리면서 영화 선택 기준이 깐깐해진 영향이 크다.

'비상선언'은 상영 초기부터 '한산:용의 출현'에 흥행 순위 1위를 뺏기며 난기류에 휩싸인 모습이다. 쇼박스 제공

'비상선언'은 상영 초기부터 '한산:용의 출현'에 흥행 순위 1위를 뺏기며 난기류에 휩싸인 모습이다. 쇼박스 제공

지난 주말 관객 수에서도 달라진 관람 행태를 감지할 수 있다. 토요일인 6일 관객 수는 101만9,810명으로 5일(61만2,078명)보다 40만 명가량 늘었다. 토요일 관객이 금요일보다 2배 이상이었던 기존 흥행 패턴에서 벗어났다. 관객들이 관성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극장가가 코로나19로 생긴 ‘뉴노멀’을 새삼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조성진 CGV 전략 담당은 “‘범죄도시2’는 억눌렸던 관람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수혜를 톡톡히 본 경우”라며 “관객들이 영화가 볼 만한지 꼼꼼히 따지고 확신이 선 이후에야 극장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영화 자체와 배급 전략의 실패에서 원인을 찾는 의견도 있다. 화제작이라고 하나 관객을 끌어당길 만한 힘이 전반적으로 약하고, 대작 4편이 1주일 간격으로 릴레이 개봉해 제 살 깎아먹기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낯선 내용을 다룬 ‘외계+인’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시장 전체를 키우는 데 초반부터 실패했다”며 “2개 작품 이상이 크게 흥행하며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지 못하니 전체 관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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