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8·KB금융그룹)가 아쉽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놓쳤지만 올해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전인지는 8일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뮤어필드(파71)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총상금 730만 달러) 마지막 4라운드에서 4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애슐리 부하이(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져 준우승했다.
LPGA 투어 통산 4승 중 3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수확할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한 ‘메이저 퀸’이었지만 연장 징크스에 또 한번 발목이 잡혔다. 4라운드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마쳐 부하이와 연장 승부에 돌입한 전인지는 첫 홀부터 세 번째 홀까지 무승부로 팽팽하게 맞서다가 네 번째 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티샷이 벙커로 향하는 바람에 승기를 뺏겼고, 8m 파 퍼트를 놓쳐 네 번째 홀을 파로 막은 부하이에게 우승을 내줬다. LPGA 투어 데뷔 이래 네 차례 연장 승부에서 전패다. 앞서 2014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7년 매뉴라이프 클래식, 2018년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고배를 들었다.
전인지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면 5대 메이저 가운데 4개 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그는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올해 6월 KPMG 여자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대회는 이번 대회와 셰브론 챔피언십이다.
마지막에 웃지 못했지만 전인지는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다시 열었다. KPMG 여자 챔피언십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AIG 여자오픈 준우승으로 앞선 대회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심을 지웠다. 나이도 아직 만 28세라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전인지도 잠시 눈시울을 붉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그랜드슬램을 향해 달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경기 후 “그랜드슬램이란 타이틀로 부담감이 있었다”며 “마지막이 부족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아쉬움은 인터뷰장에서 털고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팬이 선물해 준 ‘포기하지마’(Just don't give up)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들고 미소 지은 전인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푸시하면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간 한국에서 대회를 할 때 어린 친구들을 봐도 내가 내리막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며 “앞으로 창창한 길이 있는 것 같았고, 큰 그림이 보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인지는 “속상하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건 순간의 어리광이었다”면서 “팬들이 이번 대회 연장전까지 보느라 가슴이 쫄깃했을 것 같은데 앞으로 그런 경기를 더 많이 보여주고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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