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층간소음연구소 '고요안랩' 방문기
층별로 다양한 소재 갖추고 소음 저감 연구
국토부 층간소음 기준 대폭 강화하자
건설사들 층간소음 줄이기 개발 박차
"박사님, 임팩트볼 시연해주세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있는 건물 1층. 59㎡ 크기 아파트처럼 꾸며 놓은 이곳의 거실에서 한 남성이 무전기로 주문했다. 이후 거실 TV 화면에 안전모를 쓴 사람이 등장, 2.5㎏짜리 고무공인 임팩트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화면에 나온 ‘박사님’은 바로 위층에서 공을 놨고, 기자가 있던 1층에선 아주 미세한 소리만 감지됐다.
"어린이가 뛰는 것과 비슷한 충격으로, 중량 기준 4등급(48~50데시벨·dB) 바닥일 때 들리는 소리입니다." 무전기로 주문한 남성은 설명했다.
다시 TV 화면에는 위층 박사님이 태핑머신(500g의 망치 5개가 4cm 높이로 여러 번 두드리는 충격 장치)을 바닥에 대고 작동시키는 모습이 비춰졌다. 마찬가지로 1층에선 노크 소리만큼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일반 아파트 가정집으로 보이는 이곳은 삼성물산이 1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만든 층간소음 연구소, '래미안 고요安LAB(고요안랩)'이다. 지하 1층~지상 4층인 건물에 실제 아파트 단지를 모사한 전용면적 59㎡ 10가구가 들어섰다. 기자는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았다.
위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서 화면을 통해 접했던 임팩트볼 낙하 실험을 직접 접해보기 위해서다. 공을 떨어뜨려 보니 방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진동까지 동반하면서 메아리쳤다. 태핑머신도 직접 켜자 강력한 소음에 귀를 급히 틀어막아야 할 정도였다. 아래층에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크기의 소음이었다. "여기는 층간 두께가 210mm 정도인 벽식 구조인데요, 두께나 완충재에 따라 이 정도 충격에 얼마나 큰 소리가 나는지 측정해보는 겁니다." 무전기로 실험을 주도했던 이승식 삼성물산 층간소음연구소 부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고요안랩은 층간소음 최소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올해 5월 개관했다. 층별로 완충재, 구조형식, 층간 바닥을 일컫는 '슬래브' 두께를 각기 다르게 만들어 다양한 층간소음 완화 기술, 구조물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음, 재료, 구조 등 전문가 11명이 투입됐다.
층간소음은 위층 다섯 군데에서 임팩트볼을 떨어뜨리거나 태핑머신을 작동시킨 뒤 아래층에 설치된 5개의 마이크를 통해 소리의 크기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각각의 마이크가 측정한 소리를 수집해 하나의 데이터로 산출한다.
3층으로 올라가니 한방에 바닥 완충재인 스티로폼이 깔려 있었다. 다른 방들에선 단열성능이나 무게, 가격별로 다른 재료들을 투입해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부소장은 "실제 아파트와 똑같이 바닥에 모르타르(모래, 물, 시멘트를 섞어 만드는 재료)를 깔고, 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는 남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시공 예정 건물에만 적용되는 기술로, 이미 완공된 건물엔 쓸 수 없다. 연구에 쓰이는 충격원 또한 '바닥 충격음'이 전부고, 피아노 소리나 비명 소리 등 다양한 소음원들은 준비 중이다. 이 부소장은 “자동차 표준연비가 실제 연비랑 다르듯 실험실과 실제 아파트 간 소음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4일부터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시공 허가를 받는 공동주택은 완공 후에도 층간소음 측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각각 58dB과 50dB이던 경량충격음(딱딱하고 가벼운 소리)과 중량충격음(둔탁하고 무거운 소리) 기준도 모두 49dB로 통일시켰다. 특정 가구만 선정해 측정했던 방식도, 앞으로는 무작위로 가구를 뽑는 것으로 개선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층간소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더욱 단단한 바닥시스템을 개발했고, 롯데건설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완충재를 만들었다. 현대건설 또한 이달 말 층간소음 저감 실증시설 준공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9일 발표할 '250만 가구 공급대책'에도 층간소음 관련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앞서 "건설사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바닥 두께, 인테리어 등을 책임지고 시공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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