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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도... 北 대사 "여건부터 조성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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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도... 北 대사 "여건부터 조성돼야"

입력
2022.08.07 15:00
수정
2022.08.07 15: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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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후 남북 고위급, ARF서 첫 조우
박 장관, ARF서 尹 대통령 '담대한 계획' 소개
北 매체 "비핵·개방·3000 적당히 손질" 비난

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에서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에서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캄보디아에서 북한 외교 당국자와 두 차례 조우했다. 박 장관의 '조건 없는 남북대화' 제안에 안광일 주(駐)아세안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여건 조성이 먼저"라고 반응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졌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7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박 장관은 ARF를 비롯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지난 4, 5일 안 대사와 두 차례 조우했다.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최선희 외무상 대신 급이 낮은 안 대사가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를 감안했는지 ARF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적극 개진하는 무대로 활용했던 전례와 달리, 북한은 이번엔 적극적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환영 만찬장에서 안 대사에게 다가가 "아세안 전문가로 합리적인 분이라고 들었는데 만나서 반갑다"며 "최선희 외무상이 새로 취임했는데 축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이어 "최 외무상과 만나길 기대한다. 조건 없는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비핵화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안 대사는 이에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두 사람은 만찬 후 퇴장하면서 짧은 인사를 나눴다.

박 장관은 5일엔 ARF 외교장관회의(27개국 참석)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계획'을 소개했다. 우리 정부 인사가 북한이 대면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담대한 계획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담대한 계획은 윤 대통령 취임사에 언급된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단계별 경제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안 대사는 이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안 대사는 이후 한국 취재진과 마주친 자리에서 "박 장관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취재진이 관련 사진을 제시하자, 그제서야 "아무 말도 안 했고 만날 생각도 없다"며 자리를 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 당국자 간 첫 만남이었지만,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의미 있는 남북 접촉은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들어 총 31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현재 7차 핵실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전승절 행사 연설에서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7일 대외용 매체 통일신보를 통해 "10여 년 전 휴짓조각이 된 이명박 역도의 비핵·개방·3000을 적당히 손질했다"며 현 정부의 담대한 계획을 공개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비핵·개방·3000 정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소득을 3,000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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