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간호사 현씨, 환자 대피 돕다 변 당한 듯
부친 팔순 잔치 하루 앞둔 터라 가족들 더 황망
“장인어른 팔순 잔치가 내일이었어요. 가족끼리 한데 모이기로 했는데…”
5일 경기 이천시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여성 간호사 현모(50)씨는 고령의 투석환자 대피를 돕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더구나 강원 춘천시에 사는 현씨 아버지 팔순 잔치를 하루 앞두고 참변을 당해 가족들은 더 황망해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사망한 5명 중 현씨는 유일한 병원 간호사다. 화재 진압과 구조에 나선 소방당국 관계자들은 그가 어떻게든 투석환자를 대피시키려 시간을 지체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장재구 경기 이천소방서장도 브리핑에서 “간호사들은 충분히 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투석환자를 위해 조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증언도 현씨가 환자들을 챙기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남편 장모(53)씨는 “원래 책임감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며 “15년 넘게 일하면서도 집에서 힘든 내색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첫째 딸 장모(25)씨도 “늘 대화를 많이 나누는 친구 같은 엄마였다. 병원 일로 불평을 했던 기억이 없다”면서 울먹였다. 현씨가 일한 병원은 당뇨병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어머니 사망 소식을 접한 아들 장모(21)씨는 “다른 간호사들이 다 대피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환자들을 돌보다 변을 당하셨다고 들었다”며 “화재를 피하지 못한 환자들을 그냥 지켜보시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들 장씨는 이날 오후 2시에 현씨와 함께 안경을 맞추러 가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코로나 조심하고 내일 보자”였다고 한다.
현씨의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을 찾은 친척들은 누구 하나 울음을 터뜨리지 않은 이가 없었다. 딸의 죽음을 믿기지 않아 하던 현씨 어머니는 말 없이 눈물만 흘리다 실신해 이천병원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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