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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썩 반갑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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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썩 반갑지 않네

입력
2022.08.05 18: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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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6개월 만에 90달러 아래로
경기 침체 우려에 수요 둔화 전망
'I공포'서 'R공포'로 전이

6월 독일 뮌헨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6월 독일 뮌헨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약 11만7,000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가격이 회귀한 것이다. 다만 최근 유가 하락세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지목되고 있는 만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2.3% 떨어진 8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0달러 선 붕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가시화하던 지난 2월 2일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는 전쟁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120달러 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 세계가 고물가에 시달려온 점을 감안하면 유가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치솟던 유가가 고꾸라진 데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반영된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호황기에는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오른다. 반면 둔화기에는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으로 하락한다. 최근의 유가 하락세 역시 ‘I(인플레이션)의 공포’에서 ‘R(침체)의 공포’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얘기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공격적 긴축이 소비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이날 영국 중앙은행도 27년 만에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의 침체 우려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당장은 징후가 뚜렷하진 않지만 전면적인 경기 침체가 오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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