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중력을 활용하는 ∞자 코스
연료 아껴 오랜 기간 임무 가능해
5일 발사된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는 일단 목표 항로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5개월간 긴 항해를 해야 한다. 12월이 되어야 달 근처에 도달하고, 본격적인 달 탐사 임무는 내년 1월에 시작한다. 사람의 맨눈으로도 훤히 보이는 달인데, 우주선 다누리가 달에 도착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직선 경로로 곧장 날아가지 않고 멀리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인데, 우주선이 직선으로 가면 3일 정도 걸린다.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도 지구에서 달까지 3일이 걸렸다. 하지만 다누리는 먼 우주로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이다.
BLT는 태양 쪽의 먼 우주(최대 156만㎞)로 나갔다가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와서 달 궤도에 진입하는 무한대 기호(∞) 모양의 궤적이다. 천체의 중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궤적이어서 연료가 적게 소모된다. 우주선의 한정된 연료를 아끼게 되면, 실을 수 있는 탑재체가 늘어나고 우주선 자체의 수명도 길어진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달 탐사 초기 계획 당시 단순한 경로를 구상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다누리의 무게가 원래 목표했던 550㎏에서 678㎏으로 늘었고, 임무 수행을 위해선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해졌다. 이에 연구진은 BLT 궤적으로 계획을 변경해 연료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1990년 일본의 달 탐사선 히텐과 2011년 미국의 달 탐사선 그레일이 이런 궤적을 그리며 달로 갔다.
항우연에 따르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난 다누리는 다음 달 2일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지점(지구와 150만㎞ 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무중력에 가까운 이 지점에서 다누리는 지구 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지구의 중력 가속을 활용한 궤적 수정 기동(Trajectory Correction Maneuver)을 시작한다.
L1 지점에서의 기동은 다누리 계획의 전체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이동 과정이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9월 (L1 지점에서 수행하는) 궤적 수정 기동이 가장 중요한 지점 중의 하나"라며 "그 이후에 크게 문제가 없으면 12월 16일 달까지 들어가는 코스에서 추가적인 기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누리는 달 임무궤도 도착 이후 약 1년간 달을 공전하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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