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박지환 "나의 히어로, 세상 떠난 어머니" [HI★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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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박지환 "나의 히어로, 세상 떠난 어머니" [HI★인터뷰]

입력
2022.08.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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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이 '한산: 용의 출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지환은 겸손함이 말과 행동에 묻어나는 사람이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범죄도시2',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등 최근 큰 사랑을 받은 여러 작품들에 출연하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우쭐해하는 모습은 없다.

지금의 열기는 박지환에게 '자신의 소유가 아닌 금'이다. 잊지 말아야 할 감사함을 기억하려고 하지만 즐기지는 않는단다. 그는 "집에 없던 금이 갑자기 생기면 도둑질당할까 무서워지지 않으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로 박지환을 만났다. 그는 취재진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넸고 기자들이 서둘러 오느라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을까 걱정했다. 박지환이 수많은 작품에서 연기했던 악역들과 완벽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스크린 복귀작 '한산: 용의 출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한없이 진지했다.

'봉오동 전투' 시사회에서 생긴 일

박지환이 '한산: 용의 출현' 캐스팅 비화를 들려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지환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한산: 용의 출현'에서 조선의 운명이 달린 거북선을 설계한 장수 나대용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가 출연을 제안받은 건 '봉오동 전투'의 시사회 날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던 박지환은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 역할을 연기했다. 김한민 감독님께서 시사회 날 오시더니 잠시 얘기 좀 하자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이라는 영화를 한다고 하시길래 일본군으로 캐스팅해 주시는 줄 알았죠. 그런데 나대용 장군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왜 저예요?'라고 물었더니 '영화를 보며 그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대작의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면 마냥 기분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박지환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너무 인물이 커서 무서웠다"고 했다. '어떻게 해석하고 분석하고 접근하지'라고 걱정하며 캐릭터 연구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생각이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졌단다. 박지환은 나대용 장군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나대용 장군 발자취 따라 떠난 여정

박지환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민을 거듭하던 박지환은 나대용 장군의 발자취를 찾기 위한 여정을 결심했다. 박지환은 과학의 날 나대용 장군의 후손들이 제사를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후손들을 기다리면서 나대용 장군에게 예를 갖췄고 부탁의 말을 건넸다. "'부족하지만 제가 장군님 역할을 맡았는데 힘들어 죽겠어요. 장군님의 크기가 담기지도 않고 생각이 잘 나지도 않아요. 여행 중에 저한테 보여주시든 꿈에 나타나시든 영감을 주시든 해주세요'라고 했죠. 제가 그분에 대해 다 표현하고 알리는 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어느 날 바닷가를 걷던 그는 상상 속 전쟁 현장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걸 느꼈다. 박지환은 "너무 끔찍했다. 무섭더라"고 했다. 바다를 보며 '여기가 다 핏물이었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단다. 여정을 하며 박지환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해야 할지 조금씩 느끼게 됐다. 그는 그렇게 조금씩 나대용 장군에게 가까워졌다.

김한민 감독의 눈물

박지환이 '한산: 용의 출현'에서 호흡을 맞춘 박해일 변요한에 대해 이야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지환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벌벌 떨려왔던 날이 있었다고 했다. 거북선 출정이 어려워지고 도면마저 일본군에 의해 도난당한 장면을 찍는 날이었다. 박지환은 이날을 '디데이' 혹은 '전쟁 같은 날'이라고 생각했단다. 촬영장에서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을 본 박해일은 박지환 먼저 촬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지환에게 "감정을 흐트러뜨리지 말고 지금 네가 모았던 마음으로 연기해"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박지환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박지환은 "감독님께 왜 우셨는지 물었다. '나라를 위한 장군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이라도 느껴본 듯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

박지환은 박해일을 보며 '태산같이 침착하라'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 떠올렸다고 했다. "촬영하다 선배님 눈을 봤는데 미치겠더라. 격하게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느껴졌다. 뭔가 계속 끓고 있었다"는 게 박지환의 설명이다. 박해일이 맡은 역할인 이순신 장군과 대립하는 인물은 변요한이 연기한 와키자카다. 박지환은 "변요한이라는 배우가 무시무시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박지환의 히어로, 어머니

박지환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향한 존경심을 내비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지환은 많은 배우들과의 호흡으로 만들어진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동료들의 칭찬을 받았다. '범죄도시2'에 함께 출연했던 손석구는 나대용 장군으로 분한 박지환을 보고 연락을 줬던 이들 중 한 명이다. 박지환은 "손석구 배우가 '한산: 용의 출현'을 봤다고 말했다.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와 기운이 담겨 있어서 미치겠어요'라고 하더라.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모든 배우들을 존경한다. 칭찬해 주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는 손석구의 말을 듣고 고마움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범죄도시2'에서의 호흡과 관련해서도 좋은 마음을 품고 있다. 박지환은 손석구를 비롯해 '범죄도시2' 마동석,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변요한, '우리들의 블루스' 제작진과 이병헌 이정은 차승원을 언급하며 "이 작품, 이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고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의 영웅 중 한 명인 박지환의 히어로는 누구일까. 그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라고 답했다. "어머니께서 제가 묻는 걸 다 대답해 주셨어요. 항상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죠. 가난하고 힘들어도 즐거울 수 있다고 하셨고요. 어머니께 '청춘이 사라지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더니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지? 이제 삶이 만져져. 그려졌던 것들을 그릴 수 있고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 있어. 용기 잃지 말고 열심히 해'라고 말씀해 주셨죠. 어머니께 정말 감사해요."

박지환이 출연한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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