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동산 전문가'로 검증 없이 출연하더니...공인중개사 사칭 혐의로 검찰 송치

'연예인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세 탄 A씨
KBS 등 지상파 방송 여러 예능 프로그램 출연
"빌딩 7채, 자산 500억", "공인중개사 10기" 말해
알고 보니 '중개보조원'...강남구, 서울시에 수사 의뢰
서울시 "실제 공인중개사 맞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연예인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며 지상파 방송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A씨. MBC '라디오 스타' 캡처

서울시가 이른바 '연예인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친 A씨를 공인중개사 사칭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종합편성 채널, 케이블 채널 등 여러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을 "보유건물 7채, 자산만 500억" 등으로 소개하면서 자화자찬성 발언들로 이목을 끌었다.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A씨를 경쟁적으로 섭외, 출연시킨 방송사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진 A씨를 공인중개사 사칭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는 A씨가 공인중개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 중개업 개설 등록을 하지 않은 자는 중개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공인중개사법 제49조에 따라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상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A씨는 지상파 방송 등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연예인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세를 탔다. A씨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우 송혜교, 이종석, 한효주, 이시영 등 유명 연예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부동산 중개 경력을 홍보했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KBS '자본주의학교'에 출연해 자신이 "공인중개사 10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 해당 프로그램의 MC인 방송인 서경석은 자신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봤다며 A씨에게 선배 대접하듯 깍듯이 인사하기도 했다. '자본주의학교'는 지난 6월 A씨가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자, 그가 출연한 4회~8회 방송 분량을 홈페이지 다시보기에서 삭제했다.

'연예인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며 지상파 방송 등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A씨.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처

그러나 지상파 방송에 진출한 이후 그는 각종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 손님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자본주의학교', MBC '라디오스타', SBS '집사부일체', MBN '개미랑 노는 베짱이' 등에 출연해 "빌딩 7채에 부동산만 500억 원" "부동산 법인 대표" "28년 차 부동산 컨설턴트 경력" "고객 자산을 6조 원가량 불려줬다" 등 발언한 바 있다.

방송사들도 A씨에 대한 검증 없이 경쟁적으로 출연시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방송에서 '일진설' '학폭 가해자' 등 출연자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방송사들이 출연자에 대한 검증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A씨 관련 논란으로 또다시 방송사들의 안일한 검증 절차가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누리꾼들은 "방송사들이 섭외했으니까 출연했을 텐데 검증 없이 섭외한 게 문제(di*****)", "검증 안 한 방송도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했네(hi*****)", "공영방송 KBS까지 니오던데 방송 출연하기 참 쉽다(ke*****)", "당당하게 10기라고 하고 MBC '라디오 스타'에서도 돈 자랑 하더니(yo*****)", "방송사들이 서로 사기꾼을 밀어준 결과가 저거네(sr*****)"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두 달간 유튜브 등 온라인상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 행위를 수사해 총 7건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시는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계약을 진행할 경우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인중개사와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공인중개사가 맞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