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 접견... 尹대통령과도 통화
바이든 안 갔던 JSA 방문 "안보 재확인" 평가
미국 하원의장이 다시 한국을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에 머무른 시간은 채 24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낸시 펠로시 의장은 '광폭 행보'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한미동맹의 굳건한 의지와 북한에 맞선 강력한 억제력을 보여줬다. JSA는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방문하지 않은 곳이다. 정부 인사가 아닌 의회 지도자가 JSA를 찾은 건 극히 이례적이다.
전용기로 대만을 출발한 펠로시 의장은 3일 오후 9시 26분쯤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공식 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4일 오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펠로시 의장이 묵은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앞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등장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 할머니는 전날 오후에도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건네려 했지만 만남은 이틀 연속 불발됐다. 펠로시 의장은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고, 2015년 4월 하원 원내대표 자격으로 방한 당시 "일본의 사과"를 재차 촉구하며 한국 정부에 힘을 실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주한미국대사관을 찾아 미 해병대 장병들과 만났다. 미 해병대는 해외주재 일부 미국 공관의 내부 경비를 맡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 의회와 국가는 제복을 입은 영웅들의 애국적 봉사에 대해 감사한다”며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및 미국의 차세대 리더들을 만났다”면서 “우리의 미래들을 만나서 기뻤다”고도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오전 10시 5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접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 전·현직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골드버그 대사와 한국계 미국인 앤디 김 하원의원 등이 동석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보라색 상의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걸었다. '신뢰'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라색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입은 옷의 색깔이기도 하다. 오후에는 동행한 하원의원 4명과 함께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40여 분간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다.
방한 일정의 방점은 JSA 방문이었다. 미 권력 서열 3위 펠로시 의장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차 JSA를 찾은 이래 이곳을 방문한 미 최고위급 인사다. 특히 미 고위층이 JSA 캠프 '보니파스'를 찾은 것은 상당한 수준의 대북 메시지가 있다는 평가다. AP통신은 “미 대통령과 기타 고위 관리들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기 위해 JSA 및 기타 접경 지역을 자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펠로시 의장은 JSA를 떠나 오산기지로 이동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과 접견했다. '외교 패싱'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이 출국한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환송을 나갔다. 이 사무총장은 펠로시 의장에게 오찬 장면이 담긴 사진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펠로시 의장은 오후 8시 15분쯤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행선지인 일본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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