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회가 마중 갔어야"
민주당 "윤 정부 아마추어 외교"
대통령실·국회 "사전에 조율" 해명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국내 입국시 우리 측 인사가 아무도 영접을 나가지 않아 동맹국에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여야의 '네 탓' 공방이 가열되자 대통령실과 국회의장실은 "미측과 사전에 협의된 것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이 탑승한 전용기는 지난 3일 오후 9시 26분쯤 경기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당시 미측 인사만 마중을 나갔고, 우리 정부나 국회 관계자는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이에 동맹의 최고위급 인사를 홀대했다는 논란이 4일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을 표적으로 삼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회가 마중 갔어야", 민주당 "윤 정부 아마추어 외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미국 의회에서 방문을 할 때 영접은 의회에서 나가서 하는 것이 세계 공통 의전 방식”이라며 “행정부에서 안 나간 것은 당연하고 국회에서 나가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국회에 책임을 돌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국회가 펠로시 의장을 이토록 냉대해도 괜찮느냐”고 질타하며 가장 먼저 홀대 논란을 키웠다. 그는 “만약 우리 국회의장이 미국에 도착했는데 미국 의회에서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고 냉대를 한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얼마나 큰 외교적 결례이고 '대한민국 무시'겠느냐”며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최소한 미국 의전 서열 3위 인물이 방한하는 것인데 우리 외교당국에서 최소한의 의전 예우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이 방한했지만 공항에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가 매우 불쾌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외교에서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아마추어 외교가 빚은 부끄러운 참사”라고 윤 정부를 직격했다.
대통령실·국회는 파장 최소화 나서
대통령실과 국회는 책임 공방을 자제하며 파장 최소화에 나섰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영접을 사양해 우리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진 하지 않는 것으로, 양측 간 양해와 조율이 된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 의전팀이 공항에 마중을 나가려 했지만, 미국 측이 도착 시간이 늦은 점과 도착지가 미 공군기지임을 감안해 사양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 수석은 펠로시 의장의 의전 파트너는 정부가 아닌 국회임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 역시 "외국의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무(無)의전 방침에 대해 "국회 사무처가 미측과 협의를 한 결과"라며 대통령실과 보폭을 맞췄다. 이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은 국회에 도착해서 오찬이 끝날 때까지 분위기가 좋았고, 김진표 의장과 대한민국 국회의 환대에 고맙다고 감사의 말씀도 여러 차례 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미 외교의 사령탑인 대통령실이 삼권분립 논리 뒤에 숨어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감지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전화통화가 막판에 성사된 것에서 볼 수 있듯 이번 방한을 단순한 의회 인사 간 교류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장실도 할 말은 많겠지만 정부와 국회 간 소모적인 책임 공방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함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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