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 속 3만명 모은 중국 게임의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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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 속 3만명 모은 중국 게임의 성공 비결은

입력
2022.08.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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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게임 '원신'에 국내 팬도 열광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매출 1조원
오타쿠가 만든 게임... "진짜는 다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원신 2022 여름축제'에 참가한 코스플레이어들과 유저들의 모습. 이승엽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앞에 끝을 찾을 수 없는 긴 줄이 늘어섰다. 이들은 중국 게임 '원신'(Genshin Impact)의 오프라인 행사 '원신 2022 여름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게임 이용자들이었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경보도, 갑자기 내린 소나기도 게이머들의 열정을 가로막진 못했다. 행사 기간 내내 줄은 짧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자도 원신의 인기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3일 오후 세빛섬을 찾았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대규모 이벤트가 이미 마무리된 평일 저녁이었지만, 꽤 많은 이용자들이 기념품숍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객들의 손에는 캐릭터가 장식된 음료가 들려 있었다. 한강공원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분장한 코스플레이어들 주변에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모(23)씨는 "원신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경기 안양시에서 왔다"고 말했다.

비가 와도 새벽부터 대기줄... 세빛섬에 3만 명 몰렸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원신 2022 여름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호요버스 제공

원신 제작사인 호요버스(Hoyoverse)에 따르면 일주일간 행사장을 방문한 인원은 3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관람객이 찾으면서, 길게 늘어진 입장 대기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폭염 경보 속에서 계속 인파가 몰리자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조치가 나왔고, 주말에는 새벽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먼저 입장하기 위해 '좀비떼'처럼 질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역대 최단기간 매출 10억 달러 달성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원신 2022 여름축제'에 참석한 코스프레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관람객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호요버스 제공

원신은 중국의 게임개발사 호요버스가 2020년 9월 만든 오픈월드 롤플레잉(RPG) 게임이다. 6개월 만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쓸어담으며,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 게임에 오른 글로벌 메가히트작이다. 원신 이전에 최단기간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한 게임은 나이언틱의 '포켓몬 GO'로, 약 9개월 만에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원신은 이후 1년 만에 누적매출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원신은 출시 초기만 해도 카툰렌더링(만화처럼 표현한 그래픽), 이용자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오픈월드' 등의 특징 때문에 일본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방대하고 매력적인 세계관, 캐릭터들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 등으로 기술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원신의 경이로운 성공의 비결은 언제나 게이머를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는 개발사의 유저 친화적인 정책이다. 원신은 콘텐츠 고갈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스토리와 게임 내 디테일을 통해 게이머가 게임 속 캐릭터와의 관계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과도한 상업성으로 비판받는 국산 게임과 달리 무과금 이용자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원신은 일반적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과 달리 다른 유저와의 경쟁보다 솔로 플레이에 중점을 뒀다. 성능보다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선택하는 구조라 과금 유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과금을 하지 않으면 스토리 진행이 막히거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다른 게임과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다.

원신은 현지 마케팅에도 '진심'이다. 호요버스는 원신의 국내 출시 한달 전인 2020년 8월 글로벌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단독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류웨이 호요버스 공동 창업자가 직접 등장해 원신의 정식 출시일과 개발 히스토리를 공개했다. 이후에도 국내에서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이번 세빛섬에서의 여름 축제 또한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바꾼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호요버스의 게임 원신의 오프라인 이벤트 '원신 2022 여름축제'가 열렸다. 이승엽 기자

원신의 성공은 국내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신은 중국 게임으로는 최초로 동양과 서양에서 동시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다. 그동안 개발력 등에서 한수 아래라고 평가 받던 중국 게임이 순전히 자신의 개발력과 자신의 지적재산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은 것이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아시아권에서 개발한 게임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중국의 원신이 깨부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게임사들이 원신의 발자취와 성공을 벤치마킹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원신이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게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호요버스 또한 '오타쿠'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서브컬처에 열광하던 상하이교통대 컴퓨터공학과 동기들이 뭉쳐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호요버스가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기 전 회사 이름은 미호요였는데 당시 미호요 CI 아래 적혀 있는 문구 또한 '기술 오타쿠가 세계를 구한다(Tech Otakus Save The World)'다. 소위 미소녀 게임에 진심인 오타쿠가 만든 미소녀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가 가장 원하는 게임을 구현할 수 있었다.

예전의 블리자드가 딱 이런 모습이었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놀라운 성공에는 마이크 모아힘 전 블리자드 대표를 주축으로 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출신 창업자들이 구축한 '긱(Geek)'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긱이란 IT 기술이나 계열에 정통한 괴짜를 일컫는다. 모하임 전 대표는 재임 중 블리자드의 핵심 가치로 '내면의 괴짜를 수용하라'를 강조했다. 이 때문에 초창기 블리자드의 사내 문화는 '게임덕후(게임과 오타쿠의 합성어)'의 모임과 같은 분위기였는데, 매출과 별개로 블리자드가 만든 게임은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든 만큼 게이머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반영한 결과물에 가까웠다고 한다.

'타이탄 프로젝트',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등 오랜 기간 제작 중이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개발을 중지하는 블리자드의 장인정신도 이런 게임덕후가 모인 게임사이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모하임 전 대표 또한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5년에는 하스스톤 마스터스 코리아 시즌4 이벤트전에 출전해 좋은 플레이를 보이며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매니아층 수요가 두텁고 고객의 피드백이 빠르고 강하게 돌아오는 게임시장에서, 돈이 되는 게임에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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